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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에세이- 3·1운동 100주년 빨래나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입력시간 : 2019. 03.07. 00:00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을 그린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다.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 '이제훈'보러 가서 '최희서'를 보고 왔다고들 했던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정도 떠오른다.

'암살'은 안옥윤을 통해 여성무장독립운동가의 존재를 비롯해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재조명해내는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사람들의 요구는 여성독립운동을 더 잘 볼 수 있는 새로운 영화를 기대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이제라도 나와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유관순 열사, 하지만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 감옥에서 어린 나이에 모진 고문 속에서도 만세를 부르다 옥사했다는 정도가 대개 우리가 아는 전부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우리에게 '열사'가 아닌 '누나'로 불리었었다. 영화는 1919년 3·1만세운동 후 세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유관순(고아성)과 8호실 여성들의 1년간을 조명한다. 17세 아직 앳된 관순의 다양한 감정과 심리 변화, 그리그 모진 고문 속에서도 변함없이 신념을 지켜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 8호실 여성들이 함께 한다.

세평 남짓의 '여옥사 8호실', 25명이 함께 지내려면 발이 붓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동그랗게 아주 천천히 걸어야만 한다. 투옥된 여성들은 저마다 출신도, 나이도 다르지만 서로를 의지한다. 30여명의 기생을 데리고 만세를 불렀던 기생 김향화(김새벽), 다방 종업원이었던 이옥이(정하담),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김예은), 만삭의 몸으로 힘든 시간을 버텨낸 임명애 등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다. 일제에 맞서 자유와 해방을 염원했던 이 아름다운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는 뜨거운 울림과 감동을 준다.

유관순 역을 맡은 고아성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분이 겪은 참혹한 현실은 잘 알고 있지만 그 내면과 정신에 대해서는 정말 알지 못했구나 생각했다"며 "유관순 열사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죽음보다 삶으로 기억되는 그런 인물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민호 감독은 우연히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했다 유관순 열사의 얼굴, 슬프지만 강렬한 눈빛을 보고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기억하는 일,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진 여성들을 복원하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가?

최근 5·18을 왜곡하려는 자들이 연일 시끄럽게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들은 불과 몇 년 전에는 건국절 운운하며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했던 자들이다. 뭘 그렇게 지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건지, 도대체 그들에게 감정이나 공감 따위는 없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더 이상의 왜곡이 없도록 많은 창작자들이 사실을 모티브로 우리의 역사적 지식과 감성을 풍부하게 해 줄 작품들을 더 많이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배우 고아성 씨의 말처럼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죽음보다 삶이 기억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미디어가 주목하고 그들의 삶을 재현해내야 한다.

유관순 열사가 그 엄혹한 감옥 안에서 해맑게 말한다. "만세 1주년인데, 빨래나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우리도 만세 100주년인데 뭐라도 하자. 일단 극장으로 달려가 영화부터 챙겨보자. 마지막에 배우들이 직접 부른 엔딩곡과 함께 8호실 여성들의 실제 사진이 하나씩 나오니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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