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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입력시간 : 2019. 04.10. 00:00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는 뜻의 ‘춘래불사춘’은 흉노에게 팔려간 절세미인 왕소군의 심정을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읊은 시의 한 구절이다.

유방이 세운 한나라는 유생들을 대거 등용해 이상적 유교 정치를 꿈꿨다. 하지만 11대 황제 원제 때 매년 흉년이 들고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들이 많아지는 등 국력이 약화됐다. 이에 북방의 흉노족과 전쟁을 막기 위한 화친 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원제가 흉노에게 자신의 딸까지 바쳐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고민 끝에 적당한 궁녀를 골라 딸이라고 속여 넘겨주기로 했다.

그 궁녀가 다름아닌 왕소군이다. 왕소군은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으로 손꼽힐 정도로 절세가인이었다. 하지만 원제의 딸을 대신해서 팔려간 것도 모자라 자신과 결혼한 흉노왕이 죽은 뒤에도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비극의 삶을 살았다. 특히 왕의 본처 자식이자 다음 후계자인 ‘배 다른 아들’과 또 한번 결혼하는 불운의 대명사였다.

그녀의 이같은 인생을 두고 이백은 “소군이 구슬 안장 깨끗이 털어내고/말에 오르는데 눈물로 고운 얼굴 적시네//오늘은 한나라의 궁녀이지만/내일은 오랑캐의 첩이 된다네//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으니/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구나//자연히 옷이 헐렁거리니/허리를 가늘게 하려는 것은 아닌데”라는 ‘왕소군시’를 남기기도 했다.

풀과 꽃이 없는 북방의 땅에서 봄을 볼 수 없고, 중원의 따뜻한 봄도 느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코 끝에서 포근함이 느껴지는 봄이 왔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봄은 여전히 요원하다. 서민 삶은 갈수록 팍팍해져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정치권에서는 국회 공전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며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 경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기업경기실사지수를 조사한 결과 4월 전망치는 3월에 비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산불 재난까지 악재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여기저기 아우성 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봄인데 아직 봄이 오지 않는, 오늘이 씁쓸할 따름이다.

김옥경 문화체육부 부장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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