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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아이언맨 존경하면 소방관도
입력 : 2019년 04월 12일(금) 00:00


한경국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요즘 히어로물 영화가 대세다. 특히 마블이 만든 히어로물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상영을 앞두고 있는 '어벤져스4'가 ‘스타워즈’를 제치고 역대 예매율 1위를 달성할 정도다. 이같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스치는 생각이 있다. 내가, 혹은 다른 이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특별한 힘을 가졌어도 저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사실 나는 당연히 선한 곳에 힘을 쓰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배워 왔고, 그게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산불 사건을 보고 생각이 잠시 흔들렸다.

지난 주 산불이 일어났다. 강원도 영동 지역 일대를 휩쓸 정도로 초대형 산불이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해 속초, 인제· 강릉까지 번졌다. 날씨가 건조한데다 강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손쓸 새도 없이 불길은 빠르게 옮겨 붙었다. 산불은 또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진화하는 이들을 더욱 어렵게 했다.

진화 작업은 대규모로 펼쳐졌다. 산불 진화를 위해 전국각지에서 달려간 소방관들은 하늘을 뒤엎은 화마와 맹렬히 싸웠다. 광주에서도 출동했다. 이들은 자신이 지켜야할 도시, 고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을 끄기 위해 출동을 서슴치 않았다. 전국 소방서의 가용 소방관 10%와 800여대의 소방차량, 50여대의 소방헬기가 투입돼 거센 산불을 제압했다. 그럼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워낙 피해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피해면적이 580ha로 축구장 면적의 740배가 넘었다. 가슴 아픈 일이다.

이와 함께 들려온 소식이 있다. 엇갈린 소방관들의 대우다. 미국과 대한민국 소방관의 대우는 천지 차이다. 미국의 경우 평균 억대 연봉을 받는 직업에 소방관이 포함돼 있다. 처우와 예우가 좋으니 어린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 또한 소방관이 차지하곤 한다. 실제로 많은 어린이들을 비롯해 시민들은 의사나 변호사 보다 오히려 소방관을 영웅으로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선호하는 직업 1위는커녕 기피 직업에 포함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예전에 방영된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국내 소방관들의 현실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비췄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오토바이 구급 대원에 따르면 첫해 연봉은 2천500만원. 7년 차가 3천500만원 정도였다. 위험수당은 출동 횟수에 관계없이 한 달에 6만원이고 출동 간식비만 횟수에 따라 지급됐다.

내가 잠시 흔들린 부분이 이 지점이다. 언제, 어디서든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이들이 소방관이다. 소방관들을 진정 영웅으로 생각한다면 이같은 대접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들의 대우를 떠 올리면 불길을 잡는 일이 마치 소소한 일상 같다. 수십 번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데도 말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일 소방관들이 좀 더 좋은 대접을 받았다면, 장비도 좀 더 좋았더라면 산불 피해규모는 물론 사상자도 줄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다.

잊지 못할 충격적인 재해가 발생했고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소방관의 대우는 여전히 미흡하다. 우리 옆에 숨 쉬고 있는 영웅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 한경국기자 hkk42@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