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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조선대의 시련과 극복
입력시간 : 2019. 04.15. 00:00


김재형 조선대학교 민주평화연구원장

대한민국 최초의 민립대학으로서 호남인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조선대가 작년 중순경 교육부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후 지금껏 10여개월간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터지면서 동문들과 지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있다.

반면 그러한 와중에도 조선대와 관련한 굵직한 희소식들이 작년부터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조선대 연구팀이 호남권 최초로 개발한 인공위성 ‘STEP Cube Lab’이 발사되어 분리 궤도 진입 및 지상국과의 교신에 성공했고, 조선대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관으로 진행된 주요 4대 암(위, 대장, 유방, 폐) 적정성 평가에서 광주광역시에서 유일하게 최고 등급(1등급)을 달성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책 및 외부 연구비 유치에서 호남 사립대학들 중에서 1위를 차지했고,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이 한국인 표준 뇌 지도를 활용하여 치매예측기술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했다. 또한,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유치했다는 소식과 함께 조선대 민주평화연구원이 5월 항쟁의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복원 기본계획수립을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호남사학의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단한 저력에도 불구하고 조선대는 왜 늘 시끄러운가? 그 해답은 바로 지배구조의 불안정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에서는 지배구조가 불안정하면 이를 신속하게 바로 잡을 수 있는 시스템들이 상법상 나름대로 마련되어 있다. 주주총회는 이사의 임면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사의 무능 또는 전횡이 있게 되면 주주들이 나서서 이를 신속하게 저지하고 교체할 수가 있다. 상법상 지분이 적은 소수주주에게도 이와 관련한 권한이 보장되어 있다.

그렇다면 사립대학의 학교법인은 어떠한가? 학교법인은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주주총회와 같은 이사회의 상위기관을 둘 수 없다. 이사회가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인 것이다. 이 점이 기업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따라서 이사회가 학교법인의 모든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이사장이나 이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통제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제20조의2 제1항 제3호에서는 학교법인의 임원이 학사행정에 관한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했을 때에는 교육부가 그 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립학교법상의 통제수단은 기업처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없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교법인의 이사회가 교직원 등 대학의 구성원들과 대치되었을 때에는 분규로 이어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필자는 다른 글에서 조선대의 혼란의 주요 원인으로서 대학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법인이사회의 불안정성을 언급한 바 있다. 대학의 설립에 기여를 했거나 대학재정에 기여한 실적이 전혀 없는 인사들이 30여 년간 계속적·반복적으로 임시이사 또는 정이사로 선임되면서 법인이사회가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위기의 요인이 축적되어 왔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임시이사회에서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부 이사들은 대학 행정 경험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조선대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한 경험 정도를 가지고 이사직을 맡다보니 조선대와 같은 규모가 큰 대학을 이끌어나가기에는 역부족이고 최근의 조선대의 혼란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해당함에도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부 이사들은 중요한 교육부 평가를 코앞에 두고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주요 보직자들을 자기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모하게 교체해버림으로써 대학을 큰 혼란에 빠뜨렸고 그 혼란은 수습되지 아니한 채 지속되고 있다.

결국 조선대의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법인이사회를 어떻게 개편해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조선대학교는 73년 전 정부가 수립되기도 전에 7만2천여 명의 호남민중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만든 민립대학이다. 법률적인 외형은 “사립대학”이지만, 그 실질은 “국·공립대학”인 셈이다. 따라서 조선대가 사립학교법상의 이사회체제로 혼란을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공영형 사립대학 또는 국·공립대학의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야만 ‘주인 없는 대학’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관련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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