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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호남에게 세월호란?
입력시간 : 2019. 04.22. 00:00


윤성석 전남대정치외교학과 교수

세월호 사고가 난지 어언 5년이 흘러간다. 세월호는 호남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필자는 세월호 5주년이 지닌 호남에 대한 지정학적 및 지경학적 함의를 정리하는 작업이 호남정치와 경제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월호는 한국인들에게 사회정의의 실체에 대한 엄중한 사례와 교훈을 제시해 주었다. 세월호 사태를 3부류의 행위자로 구분하여 설명하자면, 인재를 일으킨 자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위해 은폐·축소하려는 가해자 그룹, 그리고 끔직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 그룹, 그리고 대다수의 주변인 그룹이 벌이는 삼각 정치적 선택으로 재정의 할 수 있다. 세월호 사태의 역사적 평가는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변인들의 분포에 달려있다. 즉 주변인들이 세월호의 책임규명을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가 아니면 가해그룹의 시각에 침묵하고 동조하는 수동적인 비정의에 가까운가에 달려있다. 책임을 면하려는 가해그룹과 이에 동조하는 수동적 비정의한 사람들은 세월호 사태를 단지 개인에게 닥친 불행한 일로 보기에 국가적인 책임은 불필요한 사적인 사건으로 해석해 버린다. 그러나 이는 국가실패로 인해 생명과 재산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헌법적인 배려가 실종된 반쪽짜리 민주주의 이론에 불과하다. 불가항력의 위험에서 국가실패나 인재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보상하고 복구해주려는 적극적인 사회정의의 구현자가 바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진도 팽목항은 21세기 국제화 시대를 맞아 인간안보에 허술하게 대응했던 정부실패에 대한 국민적 항거의 중심으로서 전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었던 유명한 장소이다. 팽목항은 고유명사가 되었다. 항구 곳곳에 매달린 노란색 리본에 적혀있는 수많은 사연, 도구, 음식 조형물 등의 상징으로 형성된 팽목항은 그동안 빠른 성장에 치중하느라 사회정의를 방기하였던 한국의 유약한 민주주의에 대한 거대한 국민적 항거의 본 고장으로 졸지에 부상한 것이다. 당시 국내 신문에 소개된 사진 중에 광주 5·18어머니집 사람들이 팽목항에서 농성중인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한 장의 사진은 전국적인 관심을 촉발하였다. 5·18 광주항쟁이 1987년 이후 한국 민주화를 이끈 정신적 에너지를 제공한 민주화 이행기 분수령이었다면, 4·16 팽목항 기억투쟁은 생활 속의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민주주의 공고화 제너레이터의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국가는 더 이상 독재와 압제의 수뇌부로 인식되지 않는다. 대신 세월호 투쟁의 노란리본이 지닌 정치적 심벌은 민주주의 심화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2016년에 팽목항에 집결한 노란리본은 촛불집회로 진화하여 반자유주의적 정부의 퇴진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촉진시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인권과 요구를 말살하려던 비자유주의 정부의 부침에서 팽목항과 4·16이 지닌 한국정치에 대한 함의를 엿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진도 팽목항은 호남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신 국가적인 사회정의의 센터이자 실습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세월호에 대한 기억투쟁이 한창인 시기에 진도의 경제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갔다. 바로 진도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경제적으로 급격하게 침체를 맞았던 것이다. 바로 진도 산 물품에 대한 급격한 구매하락과 관광객 수의 급감이 그것이다.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석명책임성이 뛰어난 민주주의 정부의 출범을 기원하는 전국적인 성원에도 불구하고, ‘메이드 인 진도’ 물품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 기현상이 수년간 거듭되었던 것이다. 세월호 발발이후 전국적인 기억투쟁의 장소로서의 지정학적 위상은 정착되어 갔으나 정작 진도 현지인들의 삶과 직결되는 무역과 경제는 하락되었다는 점을 호남인들은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 호남은 사회정의 영역에서는 국가의 대표선수 위상을 지니고 있음에도 왜 경제적인 보상은 비례적으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4·16 5주년을 맞아 호남인은 우리 지역이 전국적으로 사회정의에 충실한 정치문화와 사회적 자원의 보고임을 자랑으로 여길 자유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왜 호남은 민주주의의 대부로 인정받지만 가난하게 살아야 되는가? 그럼 지역정치의 실태는 한국인들이 진정으로 우러러 볼 최상급의 민주주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는가? 특히 단체장들과 의원들은 호남의 지정학과 지경제학의 미스 매치 현상 즉 광주·호남이 한국 민주주의의 메카로 인정받고 있는 지정학적인 상황이 왜 지역경제에 순기능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그 이유를 탐색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될 것이다. 유물론적인 입장에서 경제적 토대의 부실함이 지역 민주주의의 상부구조를 허약하게 만들고 있지나 않은지 철저한 성찰과 분석을 추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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