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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
입력시간 : 2019. 04.23. 00:00


이운규 신용중학교 교사

다른 공공기관들처럼 학교에도 민원 전화가 걸려온다. 점심시간 음악방송 때문에 시끄럽다는 인근 아파트 주민의 전화, 학생들의 용모와 복장 단속을 촉구하는 학부모의 전화, 단축 수업 시정과 같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항의 전화, 학생들 중간고사에서 왜 영어시험을 보지 않느냐? 그렇게 애들을 놀려서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와 같이 특정 교과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여러 가지다.

이런 항의와 문제 제기들에 대해 학교와 교사들도 당연히 할 말이 있다. 학교와 교사들은 나름대로의 교육적 이유 때문에 방송부 학생들의 점심시간 음악방송을 허용하고 있다. 교사들이 아침에 교문 앞에서 아이들 용모와 교복 단속을 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교육적 이유가 있다. 학교의 단축 시정은 교육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한다. 중간고사에서 영어시험을 보지 않는 것도 그렇다. 학교와 교사들의 모든 결정에는 나름의 교육적 고려가 전제되어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생각하듯이, 교사들이 자기 편하자고 학교 운영을 멋대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들을 불신한다. 학교에 항의전화를 하는 학부모들이 극구 자신의 신분을 밝히려 하지 않는 데서도 우리 교사들은 불신의 벽을 느낀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은 아마도 학부모가 자신의 신분을 밝힘으로써 받게 될지도 모를 자기 자녀에 대한 학교(엄밀히 말하면 교사)의 보복이나 불이익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는 참으로 무서운 우려이다. 한 사회의 공교육 기관에서 어린 영혼들을 책임 맡아 가르치는 교사가 학부모의 전화 한 통 때문에 특정 학생에게 사적인 앙갚음을 할 수도 있다니 말이다.

학교와 교사를 불신하는 사람들은 학부모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고 심지어 정부나 교육 당국자들까지 그렇다. 올해 전국시도교육청에서 학교 교사들에게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연수에 다음과 같은 강사의 설명이 있었다.

2006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한 기업체의 임원이 평소 친분이 있는 국세청장에게 기업 세무조사를 앞두고 ‘선처를 바란다’는 말을 해서 부정청탁금지법 상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 판결을 준용하여 볼 때, 만일 어떤 학부모가 학기 초에 학교 담임교사를 만나서 자식의 특수한 사정 예를 들어 건강이 좀 안 좋다거나, 이해력이 좀 부족하다거나 하면서 1년간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면 이것 역시 부정청탁금지법 상 유죄로 인정될 소지가 높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학부모의 ‘청탁’을 받고 하는 행위라니!

작년 스승의 날을 맞아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학생에 대한 평가와 지도를 상시적으로 담당하는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카네이션을 받는 것은 금액에 상관없이 불법이다. 학생이 직접 색종이를 오려 만든 종이카네이션도 불법이다. 왜냐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는 성적을 매개로 한 ‘부정청탁의 이해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이란다.

교사와 학생 사이가 부정청탁의 이해관계로 규정되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절망적이다. 이보다 더 학교와 교사를 불신하는 규정이 어디 또 있겠는가? 어찌 보면 이 규정은 한국 교육에 대한 완전한 파탄 선언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불신의 관계에서 교육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직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요인은 봉급, 특권, 혹은 승진이 아니다. 그것은 수업이 주는‘정신적 보상 the psychic rewards’이다. 정신적 보상이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그들의 생활을 돌봐주고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만족감이다. 예를 들어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어느 날 아이들이 영어 문장을 처음으로 완벽한 발음과 억양으로 유창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을 때, 그 순간에 느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같은 것들이다. (‘학교를 개선하는 교사’ 중에서)

한국의 학교에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바로 이런 데서 기쁨과 보람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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