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트위터 youtube
탑뉴스 정치 지방자치 경제 지방경제 사회 국제 문화 전남뉴스 구청뉴스 오피니언 사람과생활
사설
약수터
무등칼럼
기자수첩
아침시평
인사이드칼럼
외부칼럼
문화칼럼
독자투고
핫이슈/토론
기사제보
기고- 너의 진실, 나의 진실
입력시간 : 2019. 04.24. 00:00


김홍식 광주일동중 교장·문학박사

법구경에 ‘以眞爲僞하고 以僞爲眞’이라는 대목이 있다. 진실을 거짓이라 하고, 거짓을 진실이라 한다는 뜻이다. 진실을 거짓이라고 하는 것은 진실을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경우이고, 거짓을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을 진실로 조작하는 경우이다.

진실을 거짓으로 매도하는 것과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것은 그 행위의 본질에 있어서는 똑같다. 두 경우 모두 명백한 거짓이기 때문이다. 거짓은 거짓일 뿐 거기에 그 어떤 논리로도 거짓이라는 본질을 진실로 바꾸지는 못한다. 구차한 궤변이 늘어날수록 행위 주체의 악의적인 의도만 노골화하면서 점점 더 구차하고 볼썽사나운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진실이 거짓으로 매도되어 어둠의 구렁텅이에 처박혀 있다가 어느 순간에 그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신화 속의 이야기이긴 해도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아들 히폴리토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테세우스가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뒤늦은 회한과 자책만이 평생 그를 괴롭힐 뿐이었다. 이렇게라도 실체가 밝혀지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폭도로 몰려서 국가반란을 획책했다는 거짓으로 그 진실이 왜곡된 5·18민주화운동만 하더라도 그렇다. 아직도 그 전모가 만족스럽게 규명되지 못한 부분은 여전히 완전한 진실로서 부족한 면이 있다.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 권력자가 ‘사슴’이라는 진실을 ‘말’이라는 거짓으로 바꿔버린 경우이다. 그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은 모두 그 진실을 알고 있으니 그래도 낫다. 그 순간에만 거짓과 진실이 뒤바뀔 뿐 다른 사람에게 거짓의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으니까.

문제는 시간적·공간적으로 현장에 없거나 그 진실을 확인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뒤바뀐 전언과 제한적인 기록만으로 사실을 이해하고 판단하게 된다. 뒤바뀐 진실과 거짓이 엄연한 객관적 사실로 수용될 수 있는 위험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우리 광주교육이 적극적으로 5·18 전국화 사업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짓을 진실이라 한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진실은 따로 있고 거짓이 진실 행세를 한다. 이는 단순히 진실이 부정되는 차원에서 나아가 아예 거짓이 진실의 영역에 자리 잡고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고 있다. 거짓으로 판명되지 않는 한 진실 노릇을 할 것이고 영원히 진실로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땅이 명명백백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거짓을 진실로 가르치는 일본의 경우가 바로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잘못된 내용을 배워서 성인이 된다면 그들은 잘못된 사실을 확고한 진실로 간직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장기적 안목에서 역사왜곡을 무도하게 저지르고 있는 저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도가 확실한 자기 땅인데 한국이 강제점령하고 있다고 비분강개하는 일본인이 다수가 된다면 그들은 극단적인 선택과 행동을 자행할 내부동력을 그만큼 축적하게 된 셈이다. 날조된 진실을 잘못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입장에서는 불의를 바로잡아 정의를 쟁취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미래상황이 내부적으로 자연스럽게 조성되기를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 일본의 국가적 팽창주의에 집단적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파렴치한 정치세력들의 망언과 충동질이 점차 고조되는 것도 왜곡된 국민들의 호응에 편승해서 정치적 야심을 키워보겠다는 발칙한 발상에서 기인한다.

진실과 거짓이 뒤바뀐 시간이 흘러갈수록 진실을 회복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지고 어려워진다. 게다가 일정 시간을 거짓이 진실 행세를 해온 터라 여기에서 파생된 폐단 역시 만만치 않다. 진실은 진실이어야 하고 거짓은 거짓이어야 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리고 악의적으로 감추려 해도 결국은 진실이 승리한다는 말은 너무 낭만적인 생각이다. 진실 규명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진실도 거짓의 두터운 구름에 가린 채 속절없이 세월을 허비할 수 있다.

4·16이나 5·18도 더 늦기 전에 누구도 부인 못할 객관적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었으면 좋겠다. 안팎에서 자꾸만 진실이 거짓으로, 거짓이 진실로 뒤엉키는 한심한 인식과 현실을 보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는 성철 스님의 말씀을 우리 모두 질문으로 바꿔 자문해 볼 일이다.


김홍식         김홍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기사 목록     프린트 화면     메일로 보내기     뉴스 스크랩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독 자 의 견 제 목이 름작성일


사설 오피니언
무등칼럼 무등데스크
홈페이지 | 회사소개 | 편집규약 및 윤리강령 | 편집 자문위원회 | 독자위원회 규정 | 무등일보 사우회 | 행사안내 | 기자 이메일 | 청소년 보호정책
Copyright ⓒ 1996-2019. 무등일보(MoodeungIlbo) All right reserved. 개인정보취급방침
등록번호:광주아00187등록년월일:2015년 1월8일회장 : 조덕선발행 · 편집인:장인균 61234 광주 북구 제봉로 324 (중흥동, SRB빌딩) (주)SRB무등일보
기사제보,문의메일 : mdilbo@srb.co.kr긴급 대표전화 : 062-606-7760, 017-602-2126, 대표전화:606-7700 팩스번호 : 062)383-8765 광고문의 : 062)606-7772
본 사이트의 게재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