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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광주에 가면 뭐 먹지?”
입력시간 : 2019. 04.29. 00:00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치는 곧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또 다른 언어이기 때문이다. 아리랑과 태극기가 그렇듯 김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김치를 먹을 줄 안다는 것 만큼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징표도 드물다. 김치를 직접 먹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익은 김치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한국사람의 입에는 침이 고이고 감칠 맛이 그려진다. 광주하면 떠오르는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한정식, 무등산보리밥, 떡갈비, 육전, 오리탕, 상추튀김, 주먹밥, 애호박찌개, 팥칼국수 등이 대표적인데 광주와 함께 떠올려지는 음식들이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음식들이 광주라는 지역문화공동체를 상징하고 있지만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민과 타지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들 음식들이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 후보군들이다. “광주에 가면 뭐 먹지?”라는 외지인의 질문에도 내놓을 수 있고, “이게 바로 광주의 맛이여”라며 광주사람들끼리 맞장구를 치는 음식들을 찾기로 했다. 지난 3월 광주시가 광주대표음식 선정위원회를 출범시킨 배경이다.

음식은 지역문화공동체 구성원의 동질감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음식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언어도 드물다. 특정 공간 안에서 함께 공유하는 소통 수단 가운데 가장 확실하면서도 고유한 매체가 바로 음식이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곳의 대표음식을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광주다운 음식은 곧 광주를 설명하는 메시지 그 자체이다. 무등산보리밥, 주먹밥, 상추튀김은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내는 독특한 음식들이다. 음식 자체의 고유한 맛 뿐 만 아니라 그 음식이 품고있는 사회적 의미와 역사성이 바로 우리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동시에 그 음식이 말하고자 하는 우리 지역만의 독특한 숨결과 빛깔을 음미하게 해 줄 것이다.

음식이 언어라면 음식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시공간적 거리의 확장성도 중요하다. 음식이라는 언어를 통해 광주가 전국적으로 그리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의 고유성 뿐 아니라 대중성, 확장성을 대표음식 선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는 기존 음식의 매력을 통해서도 찾아야 하지만 새로운 맛의 개발을 통해서도 만들어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맛있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 메뉴로 음식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광주 만의 음식이 아니라 광주 밖에서 광주를 알리고 광주와 소통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고속도로 모든 휴게소에서도 만날 수 있고, 전국 어느 철도역에서도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광주의 음식이 바로 광주 대표음식이 되어야 한다. ‘광주’하면 떠오르는 그런 확실한 음식 하나는 이번 기회에 꼭 만들어 내야 한다.

광주는 예로부터 미향, 예향, 의향의 3대 향기를 간직한 고장으로 알려져있다. 단지 그렇게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실제 그런 향기를 내 뿜고 있다. 광주의 역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고 광주의 오늘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 중 예향으로서의 광주는 문화중심도시 건설을 중심으로 아시아문화의 전당 개관 등 활발하게 광주 예술과 문화의 향기를 간직하고 계승하는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향 광주의 모습 또한 멀리는 동학혁명에서부터 가까이는 5·18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의로운 광주의 정신과 기백을 기리고 이를 이어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하면 미향 광주를 살리고 드러내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게 오늘의 현실이다. 광주음식문화를 연구하고 새로운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구심체 역할을 할 전문기관 하나 없다. 이번 광주대표음식 선정위원회 활동을 계기로 가칭 광주음식문화진흥원 설립 등을 비롯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회적 논의를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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