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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사랑방 공동기획- 광주·전남과 맞잡은 손, 아세안 현장을 가다 <9> 인도네시아 중부술라웨시주-전라남도
풍부한 해양자원이 한국의 기술과 만나기를
2009년 우호 교류 체결
이후 진척 없이 원점 돌아가
지난해 쓰나미 상흔 여전
지하자원 풍부, 중국이 선점
입력시간 : 2019. 04.30. 00:00


지난해 9월 말 중부술라웨시를 강타한 진도 7.7의 지진과 최고 높이 11.3m의 쓰나미의 흔적. 빨루시 내륙에 위치한 뻬또보 지역에서는 땅이 버터처럼 흘러내리는 액상화 현상이 발생했다.
‘전남도, 저탄소 녹색성장 글로벌리더 시동’ (2009년4월13일), ‘전남도, 印尼 녹색자원외교 결실’ (2009년4월15일), ‘전남도, 印尼 아시아 자원기지 탄력’(2009년9월29일), ‘박 지사, 박람회 기간 중 휴일 자원 외교’(2012년5월20일), ‘박 지사, 여수세계박람회 자원외교 잰걸음’ (2012년7월9일), ‘전남도, 해외 해조류 대량 양식 기술개발 성공’(2012년12월15일)’.

전라남도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아시아 자원 기지를 구축했다’고 홍보했다. 당시 전라남도(도지사 박준영)는 새롭게 체결된 인도네시아 중부 술라웨시주와의 교류 관계에 대해 “전국 16개 광역시·도중 해외 자원 기지를 확보한 것은 전남도가 처음”이라고 자평했다.

술라웨시(Sulawesi)는 인도네시아 영내 1만6천56개의 섬 중, 파푸아, 칼리만탄, 수마트라에 이어 네번째로 큰 섬의 이름이다. 동남아시아 지도에서 열대우림으로 유명한 깔리만딴(보르네오의 현지 명칭) 섬의 동쪽, 세계적 향신료인 정향과 육두구 원산지인 말루쿠 제도의 서쪽, 민다나오섬과 술루제도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이 섬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부 술라웨시주가 2009년 전라남도와 우호교류 협약을 맺었다.

이 지역은 지난해 9월 말 덮친 초대형 자연재해의 피해로부터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중부 술라웨시주의 주도인 빨루시와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인 동갈라군이 규모 7.7의 강진과 쓰나미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해안에서는 진도 7 이상의 강진, 11.3m 높이의 쓰나미가, 내륙에서는 땅이 녹은 버터처럼 흘러내리는 액상화 현상이 발생했다. 연이은 자연재해로 인해 중부 술라웨시주민 약 1천700여명이 목숨을 잃고, 4천600여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약 6만4천여명이 집을 잃었다.
강진·쓰나미·액상화 등 연이은 자연재해 발생 6개월 후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빨루시 이재민들.


지난 3월1일 방문한 빨루시에서는 물에 잠긴 모스크, 골격만 남은 채 부서진 집들, 부러진 교각 등을 통해 6개월 전 이 지역을 덮친 초대형 쓰나미의 상흔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다.

“쓰나미가 또 올지도 모르니 해안가에 살던 이재민은 다 탈리세 산자락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더라. 우리는 어부들인데 바다를 떠나서 또 어떻게 살라는 건지…”

그래도 이 지역 토착 종족인 카일리족 어부 바띠아르(66)는 올해2월 말부터 매일 새벽 5시에 다시 빨루 앞바다로 나와 일을 시작했다. 빨루강 하구에서만 잡히는 특산품인 작은 새우 ‘라말레’를 내다 팔기 전에 햇볕에 말리는 것이 그의 일거리다. 그는 이번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함께 일하는 주민들 모두 남편이나 가족을 잃었다고 한다.

사고 6개월이 흐른 후 이곳 주민과 이재민들은 생계가 달린 바닷가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국내외에서 보내온 구호품이 있지만 사고 후 시간이 흐르면서 조달이 뜸해졌다. 이재민을 위해 마련된 임시 숙소는 한낮에는 뜨거워 머물 수가 없는 탓에 다시 바닷일, 바닷가 장삿일을 찾아 나선다고 한다.

빨루 해안에서 대피한 안디(38)는 이재민을 위한 영구 숙소가 완공될 때까지 임시 대피소에서 낮엔 덥고 밤엔 추운 생활을 2년 더 해야 한다. 그래도 그녀와 이웃 이재민들은 웃는 얼굴로 “빨루는 일어설 것이다!”고 외쳤다.
빨루해변에서 새우를 말리는 빨루시의 무슬림 주민. 뒤로 쓰나미로 바다에서 밀려온 나무와 돌 조각들, 부러진 교각이 보인다.


빨루시 출신 기자 무아마르 피크리는 “빨리우주 전 중부술라웨시 주지사가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수익 증대나 지역의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중부 술라웨시주가 한국 지자체와 교류협력을 맺은 배경으로 한국의 기술과 투자를 기대한 것으로 짐작했다.

육군 소장 출신의 반젤라 빨리우주 전 주지사는 전라남도와 협약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1년 뇌물수수 연루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2016년이 되어 무죄판결을 받고 혐의를 벗었다.

전라남도의2009년 4월13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도와 중부 술라웨시주는 ▲우뭇가사리 생산 등 바이오에탄올 원료 생산 ▲옥수수, 카사바, 팜 등 생산 농장 경영 ▲탄소 배출권 확보 등을 위한 조림 사업 ▲광물 자원 개발사업 ▲기타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 5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 전남도 내 9개 기업, 현지 주정부 관계자 및 상공인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조류 양식장 100만 ha, 옥수수 팜 10만 ha, 산림 조림지 5만 ha 등을 술라웨시 주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아시아 자원 기지로 개발키로 하는 자원개발의향서 및 우호교류합의서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3월 1일부터 5일까지 무등일보가 빨루시에서 현장 취재한 결과, 전남도의 아시아 자원기지 구축은 초기 시험 단계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교류협력이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하사누딘 앗쵸 중부 술라웨시주 해양수산부장은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에 해조류 개발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이후 두 차례 정도 전남대학교 연구자들이 와서 파리기 모우통(Parigi Moutong, 중부술라웨시주의 동쪽 해변) 등지의 해조류 양식 가능성을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앗쵸 부장은 “이후 주지사가 바뀌었고, 2012년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두 지자체 협력관계의) 후속 조치는 전혀 없었다. 당시 협약을 이어가려면 서로의 요구를 다시 파악하고 다시 협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전라남도와의 자원개발 협약은 수년간 양쪽의 교류가 끊긴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김송원 전라남도 국제교류팀장은 지난 2월 25일 무등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뭇가사리 관련 시험 양식을 한 뒤로는 (협약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험 양식 특허만 출원하고, 시범사업 후에 이뤄진 것이 없다. 그 때 당시 우뭇가사리가 떠서, 신재생에너지부에서 담당하다가 부서가 없어져서 (사업)주체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앗쵸 중부술라웨시주 해양수산부장은 우연한 기회에 자카르타에서 한국 사업가를 통해 전라남도를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부술라웨시의 해양자원 잠재력과 한국 기술이 만난다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임 빨리우주 주지사 시절(2006-2011)부터 현 롱키 쟝골라 주지사 정부(2011-2021)에서도 해양수산부장 자리를 지켜왔다.

이 지역 해양수산관련 정책과 사업의 최고위급 실무자인 그가 구상하는 것은 따로 있다. 해조류를 통한 바이오에탄올 에너지 생산이 아니라 친환경 포장지 생산이다. 중부술라웨시의 해조류를 가공해 친환경 비닐을 만들자는 방안이다. 인도네시아는 물론 전세계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안을 찾고 있는 추세를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부 술라웨시주의 해조류는 오랜 시간 ‘잠재력’ 수준 이상의 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기술과 자본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이다. 중부술라웨시주 인구 약 300만명(2018)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방식의 어업과 농업 혹은 광업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이 지역은 희토류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립되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중국의 광물자원 개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와 중부 술라웨시주 지방정부 모두 채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와 부정부패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 다변화를 이끌기 위해 ‘해양 자원 잠재력’을 적극 조명하고 있다.

앗쵸 부장은 지자체간 교류협력을 통해 중부술라웨시주의 해양 자원 잠재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긴밀한 네트워크와 혁신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슬기 자유기고가 skidolma@gmail.com


서충섭        서충섭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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