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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말살·왜곡 부끄러운 이름 친일문인
입력시간 : 2019. 05.03. 00:00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

장호철 지음/인문서원/2만원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조국을 배반하고 나치에 협력한 문학·예술인에 대해 어떤 탄원이나 구명운동도 받아들이지 않고 부역자를 숙청했다.

그들이 ‘도덕과 윤리의 상직적 존재’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35년 동안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았지만 그에 부역한 단 한 명의 문인도 단죄하지 못했다. 그 후 그들은 일말의 참회도 없이 해방된 독립 조국의 과실까지 아낌없이 챙겼다. 각종 문학단체의 대표를 역임하며 문화훈장을 받고, 나아가 문학상으로 기려지고 있기도 하다.

‘오마이뉴스’에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를 운영하며 1천여편의 글을 쓴 장호철씨가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을 내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친일파 연구의 고전이 된 고 임종국 선생의 ‘친일문학론’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인명사전’을 넘나들며 부역문인들의 친일 작품 목록과 내용들을 인물별로 꼼꼼히 정리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문학 수업에서처럼 친일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와 문학사적 위치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들이 현재 문학사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나아가 변절의 순간에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소개한다. 책에 등장하는 친일작가는 총 27명이다. 이광수, 김기진, 김동인, 김동환, 김억, 김종한, 노천명, 모윤숙, 박영희 등이 그들이다.

또 김문집과 장혁주, 정인섭, 조용만 등 일반에 낯설거나 덜 알려진 이들도 ‘나머지 문인들’로 모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친일문인들의 행적에 대해 최근까지 검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발표된 지면 도판을 확인하고 친일작품 인용문을 읽다 보면, 그들의 행적이 어떻게 민족을 배반하고 역사를 왜곡했는지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다. 또 저자는 국내에 세워지고 있는 친일문인들의 동상과 기념관을 직접 답사하고, 그들이 현재 어떻게 기려지고 있는지, 그에 대해 시민단체를 비롯한 친일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그려낸다.

이를 통해 친일 청산이 결코 미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기억을 통해서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밖에도 저자는 해방 이후 친일문인들의 행적까지 추적함으로써 전 생애에 걸쳐 문학사적 공과를 온전히 그려낸다. 친군부, 친쿠데타로 이어지는 변신의 모습을 통해 작가로서의 자기 부정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신생 대한민국에 대한 헌신으로 포장된 지식인의 기회주의적 모습과 여전히 각 장르의 원로로 대우받는 모습을 통해 청산하지 못한 굴절과 왜곡의 역사를 담아낸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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