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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다시 생명권, 존엄을 생각하다
입력시간 : 2019. 05.07. 00:00


 중학생 여자아이가 부모에게 생명을 앗겼다.

 부모 이혼 후 아버지와 살던 여중생은 아버지의 학대에 엄마를 찾았다. 새 아버지가 성추행을 일삼았고 아버지의 고소로 범죄가 댓가를 치르는 듯 했다. 허나 고소사실을 알게된 계부가 보복살인했다.

 아이가 죽음에 내몰릴 때까지 어린 여중생이 기댈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아버지는 재혼한 엄마를 찾는다며 학대를 가했고, 새아버지의 협박에 경찰에 신변보호요청까지 했지만 경찰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엄마는 딸의 행실을 문제 삼았다. 심지어 딸을 불러내고 살해현장까지 동행했다. 대중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엄벌에 처해야한다, 악마들이다, 경찰 대응이 문제가 있다’ 등등 아우성이다.

 속수무책으로 끔찍하게 희생 당한 아이를 앞에 놓고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는 것이 맞는 짓인지 참담하다. 어린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희생양 찾는 것으로, 분노 감정을 소비하는 것으로 끝내버리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나라에서 한해에만 1만8573명(2016년기준) 아이들이 죽임 등 학대를 당하고 산다. 가해자가 친부모인 경우가 76%(1만4천158명)로 압도적이고 재혼가정(754명) 양부모(74명)가 뒤를 잇고 있다.

 이 지경이면 ‘가정문제’라 치부하는 행위는 범죄방조나 다름없다. 그동안 그 많은 아이들을 죽임으로 내몰고 아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는 정비했는지 궁금하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나아졌다고 하나 죽임의 위험에 직면한 아이가 잠시 의탁할 곳 하나 없다는 것이 이번 사안으로 드러났다. 가정이 위험할 때 친구나 친척 같은 대안의 사적 공간 없이는 이처럼 죽어가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게 정의로운 사회인가, 언필칭 ‘자유대한민국’인가.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 부모는 실행범일 뿐, 사회가, 어른들이 죽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관리 체계는 운영되지 않거나 못했다. 태어나지 않은, 배속 아이의 생명권도 중요해서 임신중절도 반대해온 이들이라면 지금 아이들 보호에 나서주면 좋겠다. 태어난 생명들이 더는 어른들 손에 죽임을 당하거나 학대받지 않도록. 목숨이 위협당할 때면 언제라도 의탁할 수 있는 임시 보호시설 등 위기관리 보호체계를 만들라고, 총동원령이라도 나서주면 고맙겠다.

 “학교에선 어땠니?” “수학이 빵점이야.” 어머닌 잠시 생각에 잠겼다.“널 이해 못 하는 게지.”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로맹가리 ‘새벽의 약속’ 중)

 싱글맘 손에서 자란 프랑스의 전설적 소설가 로맹가리는 외교관으로 작가로. 2차 대전 중에는 공군 대위로 참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개인에게 두 번주지 않는 콩쿠르상을 두 번 받은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다른 책에서 전장에서도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어머니의 해피엔딩’이어서 가능했다고 말한다. 누군가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사람은 외부를 감당할 힘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랑받아본 사람이 사랑도 할 줄 안다’다. 사랑받을 기회조차 없는 이들에게 사회가, 국가가 나서서 자신의 소중함을, 사랑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야한다. 그럴때라야 천인공로할 범죄자도 불행한 희생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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