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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겁많은 매파
입력시간 : 2019. 05.13. 00:00


군대 갔다오지 않은 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실감나게 한다는 웃픈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다. 빡세게 군 복무를 한 이들은 쉽게 군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말과 대비해서다.

정치인 가운데 군면제자나 미필자들이 적지않다. 빽과 금력을 동원하거나 본인의 신체 결함을 과하게 연출, 혹은 의도적으로 장애 요인을 만들어 그러한 결과를 유도한 사례가 즐비하다. 안보를 강조하며 대결을 부추기는 등의 발언을 일삼다 국방의 의무를 외면·회피한 과거가 들통나 국민들의 뒷담화를 유발한 경우도 상당수다.

‘치킨호크(chickenhawk)’라는 용어는 ‘겁쟁이’를 뜻한다. 치킨(닭)과 매(호크)의 합성어다. 닭대가리에 매의 몸통을 가진 생물체를 비유해 ‘겁많은 매파’쯤으로 해석된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이 용어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당시 美 정가는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베트남전 참전 및 확전을 주장하는 분위기가 거셌다. 그들의 위세가 한창일 때, 민주당 의원 앤드루 제이콥스가 나섰다. 확전을 주장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사실은 병역기피자 혹은 면제자라며 그들의 명단(제이콥스 리스트)을 공개했다. 군대에 가보지 않은 그들이 안락 의자에 앉아 애꿎은 남의 아들만 전쟁터로 내보내려 한다는 통렬한 비판을 곁들여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불행한 사태로 남북관계는 최악이었다. 그 때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안보대책회의가 열렸다. 대통령 주재로 국가정보원장, 여당 대표 등이 참석했는데 국방부 장관을 빼고는 모두 군 미필자였다. 군미필, 면제자들이 국가 안보 대책회의를 가진 웃지못할 자리였다.

봄날 같던 한반도 평화 무드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교란되며 남북관계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최근에는 북한이 잇달아 미사일을 포함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려 우리 정부와 미국을 긴장시켰다. 좌파독재 타도를 외치는 우파들은 일제히 ‘거 봐라’하며 문재인 정부의 오지랍 넓은 대북 정책을 비난하는 중이다.

남북 관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안보는 철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권력, 금력에 기대거나 석연찮은 이유로 군대 근처도 가보지 않은 자들이 안보를 운운함은 어울리지 않다. 겁많은 매파들의 자기 모순이다.

김영태 주필 kytmd861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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