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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열흘만 일해도 행운이예요”
입력 : 2019년 05월 14일(화) 00:00


비상등 켜진 광주 고용시장 1, ‘일자리 가늠자’ 인력시장 현장
소장 수첩엔 ‘하루 3명만 일 나가’
건설 일감 없어 못자리 하러 가고
“외부 건설업체들 도움 안 돼요”
지난 10일 광주 북구 중흥동 M근로자 대기소 앞에서 일감을 구한 몇몇의 근로자들만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승합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올해 들어 광주지역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경기불황이 심각해지고 최저임금 인상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정규직 일자리는 물론이고 임시·일용직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와 일용직 일자리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에 인력시장 등 지역 고용시장 현장 취재와 각종 통게 수치를 통해 광주지역 고용시장의 현주소를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5월 황금 연휴가 끝난 지난 10일 오전 6시.

건설 근로자 대기소가 모여 있는 광주 북구청 인근 서방로 거리에는 이른 아침부터 일을 찾기 위해 나온 일용 근로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날 M근로자 대기소에서 15년 동안 건설 일용 근로를 하고 있는 전모(47)씨를 만났다. “올해 일이 좀 어떠냐”는 질문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 씨는 “올해 엄청 힘들어 죽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도 힘들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올해 들어 바닥 경기가 많이 안좋다”고 하소연했다. 전씨는 “지난해 기준으로 한 달에 10일 정도 나갔다면 올해는 8일 정도 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최근 목포나 해남 등 전남지역에서 일감이 있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최모씨(49)씨도 “최근 건설 일자리가 없어 시골에 못자리 하러 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직 일자리가 줄어들면 다른 일을 구할 수는 없는 걸까. 이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최씨는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기술은 없어도 현장에서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다른 일을 해보지 않아 어렵다”고 밝혔다.

M근로자 대기소에서 소장을 하고 있는 이모씨(60)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경기가 안 좋아 미쳐버리겠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른 대기소는 어떻다고 하당가? 요즘 소장들 다 힘들다고 그래”라고 말하며 이곳만 힘든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다른 근로자 대기소도 상황도 마찬가지.

S근로자 대기소장인 김씨(59)는 근로자 파견 수첩을 보여줬다. 그의 수첩에는 하루에 3, 4명의 사람들만이 일을 나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일거리가 없을 때라도 아무 곳이나 보낼 수 없다는 게 김 소장의 말이다. 김 소장은 “요즘 경기가 어렵다보니 업체들에서 결제를 못해 근로자들이 더 힘든 상황이다”며 “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업체들에 보내느라 더욱 일감이 없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이 곳 근로자대기소는 8명의 외국인만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것 같다”는 질문에 김 소장은 건설 경기가 힘들수록 외국인 노동자가 더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한국인 근로자는 아침에 몇명 나가고 외국인들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을 쓰려면 관리가 더 필요해 요즘 현장에서 외국인을 잘 받지 않는다”며 “인원이 많이 필요할 때는 외국인들을 쓰는데 일이 없으면 따로 손이 가니깐 잘 안받아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 도심 재개발 등으로 아파트 건설 현장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용 근로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G근로자 대기소 마 소장은 “큰 현장, 특히 타 지역 건설사들이 공사하는 현장은 외부업체가 건설노동자들도 타지역에서 팀을 꾸려서 오기 때문에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역업체들의 건설 현장이나 원룸 같은 소규모 공사 현장이 실질적으로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9년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1인 이상 사업체 중 임시·일용직은 88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7.2시간(-7.6%) 감소해 건설업 경기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