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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음식점 수산물 원산지 표시 더 확대해 나가야
입력시간 : 2019. 05.14. 00:00


양근석 전남도 해양수산국장

작년 겨울 얼큰한 동태탕이 생각나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동태탕을 주문하려던 순간 메뉴판 아래 ‘명태(일본산)’이라고 적혀있는 문구를 보고 국내산 우럭 매운탕을 주문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경험이 어디 필자뿐이겠는가. 음식 주문 전 재료의 원산지 확인은 당연한 통과 의례가 되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위생불량, 원산지 둔갑 등 국민들의 정서 흐름에 역행하는 식당들이 방송 등을 통해 밝혀지면 비난 여론은 물론 심한 경우 폐업으로까지 이어진다. 일례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던 2011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방출됐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일본산 수산물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 영향이 없는 국내산 수산물까지 소비가 둔화되어 수산분야에 적지 않은 타격을 끼쳤다.

최근 후쿠시마 수산물 금지 조치 분쟁사건에서 WTO가 ‘한국정부의 조치가 타당하다’라고 판정한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우리정부의 방침 아래 안전한 수산물을 먹을 권리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어디를 가도 원산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수입산(국가명)과 국내산으로 구분하여 표시하지만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할 만한 국내산 수산물은 지역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도 한다.

우리가 원산지를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는 수산물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1994년 수입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된 이후 수입산 19개 품목을 포함해 국내산 191개, 가공품 50개 등 총 260개 품목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 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섭취하는 대부분의 수산물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수산물 원산지를 확인하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의 종류는 불과 12개 품목에 불과하다. ‘참조기, 오징어, 꽃게, 넙치, 우럭, 참돔, 낙지, 갈치, 고등어, 뱀장어, 미꾸라지, 명태’가 해당된다. 이 12가지 품목을 제외하고는 조리된 음식에 들어있는 수산물이 어디서, 어떻게 와서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

최근 국내 한 대학에서 실시한 20세 이상 성인소비자 437명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소비자가 음식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식품의 원산지(35.8%)였고 그 중 원산지를 가장 고려하는 품목은 어패류(45.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수산물 원산지 표시 품목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

음식점 수산물 원산지 의무표시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외식업체, 유통업체 등 관련업계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해당 수산물의 소비량과 수입량을 고려하여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절차로 추진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척도인 소비량과 수입량을 고려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전남 서남해권의 여름철 보양음식인 민어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91%에 달하지만 현재까지도 음식점 의무표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전남은 전국 수산물 생산량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 수산물 인증면적은 18만5천㏊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18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완도 전복 14어가가 친환경 양식 수산물 국제인증(ASC)를 획득하기도 했다.

전국 어느 해역보다 안전한 수산물을 생산함에도 전남에서 생산되는 10대 수산물 중 넙치, 뱀장어, 참조기, 낙지, 우럭 겨우 5개 품목만이 음식점 의무 표시 대상에 해당된다. 나머지 5개 품목인 전복, 김, 미역, 젓새우, 다시마는 전국 생산량의 90%를 차지함에도 음식점 의무표시 대상이 아니다. 국내 유통의 대부분이 국내산일거라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의심의 여지없이 국내산으로 인식하고 섭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음식점에서 수지타산을 위해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이거나 국내산과 수입산을 혼합하여 조리하여 판매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그 먹거리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 해양수산부의 과감한 수산혁신 프로젝트인 ‘수산혁신 2030’ 세부계획 중 ‘소비자 권리 중심’의 안심 소비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정부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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