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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아! 스승의 날
입력시간 : 2019. 05.14. 00:00


정화희 빛고을고등학교 수석교사

얼마 전 제자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고 동문회 스승의 날 행사에 꼭 참석해 달라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스승은 흔쾌히 대답하지 못한다. 매년 참석 때마다 느끼는 반가움과 고마움 뒤로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민망함이 겹치기 때문이다. ‘난 스승의 날 축하받을 자격이 있는가, 난 진짜 스승인가?’ 매년 하는 고민이지만 올해도 어김이 없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시절로 추억을 떠난다.

그 은사님께서는 무더운 여름철 체육시간이 끝나면 수돗가에서 자주 우리들 등목을 해주셨다. 또한 문예부를 맡으셔서 우리들에게 ‘좋은 글이란 삶이 배어 있는 글’이라는 가르침을 주시다가 1980년 6월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시를 남기시고 홀연 타의에 의해 우리들 곁을 떠나셨다. 그리고 훗날 그 시는 국립 5·18 민주묘지 입구를 지키고 서 있으며, 지금은 통일에 대한 열정으로 치열하게 활동하고 계신다. 또한 어쩌다 뵐 때면 손자 자랑 가득한, 어김없는 할아버지이시다. 또한 고1 담임 선생님이 계신다. 교련 교과를 맡으셨다. 말씀도 많이 없으신 분이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려웠던 시절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자식들처럼 챙기고 따뜻함으로 안아 주셔서 많은 친구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계신다. 훗날 감사했다고 말씀드려도 살며시 웃고 마신다. 그러다가 그 제자가 훗날 선생이 되어 선생님 따님을 제자로 만나 생활했던 경험은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은사님처럼 따뜻한 선생님이 되어야하겠다는 자기 성찰들. 그렇게 그 제자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다짐들을 하며 다시 스승의 날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교사들도 불편한 스승의 날’ 뉴스가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감사와 존경은 사라지고 ‘김영란법’이라는 잣대로 카네이션 규정을 따지고 있으니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나아가 스승의 날을 없애고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국민청원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교육은 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씨앗을 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라게 하는 교육활동의 상황들을 어찌 모두 규정으로 정할 수 있으랴. 법이 적용되는 순간 행정이 되고 만다. 그러나 현실은 간혹 실수라도 하면 매뉴얼과 규정이라는 잣대로 얽어매고 만다. 맥락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현상만 남는다. 교사들도 기운이 빠진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우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다. 물론 교단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어느 조직보다 엄격한 도덕적 기제(機制)들이 작동해야 하는 곳이기에 바라보는 시선들의 염려가 더 크신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헌신하시는 대부분 교사들을 색안경 쓰고 보실 일은 아니다. 교육은 알게 모르게 삶 속에서 시간이 지나야 꽃피우는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스승이 되기 위하여 애쓰고 있음을 격려해 주실 일이다.

구경꾼은 흥미롭게 현상을 바라보고 재미거리만을 찾는다. 대상과 현상의 변화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다. 호사가(好事家)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는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와 부모 모두 주체가 되어 자녀들의 올바른 사회적 성장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과가 모든 공동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본질과 유리된 규정(規定)으로만 교육을 재단(裁斷)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세상과 주변 인간관계를 그렇게 바라볼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얼마나 경직(硬直)된 미래 모습들인가?

교육은 스승과 제자가 만나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서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것이다. 루소는 ‘교육의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교사를 믿으며 응원해 주실 때 지식 전수를 넘어서 삶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체념과 탄식의 날이 아니라 감사와 존경을 회복하는 스승의 날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행사를 준비한 제자들도, 행사에 참여하실 스승들도 모두가 당당하고 보람을 느끼는 스승의 날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속으로 담고 있는 말을 살며시 외쳐 본다. ‘모든 제자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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