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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임진왜란과 아베
입력 : 2019년 05월 14일(화) 00:00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간토(關東)지방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와 연합한 뒤 1587년 전국을 재통일했다. ‘왜(倭)나라를 처음 통일한 ‘오다 정권’을 밀어 내고 재통일한 것이다. 도요토미 정권은 통일과정에서 상권과 무역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토지와 농민을 세밀히 파악하기 위해 땅과 호구 조사를 실시하고, 새로운 신분 규정을 정하는 등 체제 정비를 서두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요토미는 봉건 영주인 ‘다이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토지소유에서 제외된 하급 무사들의 불만을 사게 된다. 여기에 전쟁 등으로 명나라와 조선 등과의 해외무역이 거의 폐쇄돼 어려움이 더해진다. 이 때문에 정치적 힘이 센 봉건영주 ‘다이묘’들의 불만을 해외로 분출시켜 내부의 안정을 기하고 경제적으로도 국제교역상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중국 침입을 통한 ‘체제변혁 전쟁’을 구상하게 된다.

“명나라를 점령하려 하니 길을 터주라.” 이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의 명분이다. 조선은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로부터 300년 후 또다시 침략을 당하고 결국 일본에 패망하게 된다. 이 때도 일본은 중국을 삼키겠다며 전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아베정권의 행보를 보면 전쟁만 일으키지 않았을 뿐 불리한 국내 정세를 외국에 돌리는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남의 나라를 강제 점령하고도 모자라 시정잡배를 이용해 왕비까지 시해하더니 전쟁터에, 광산에, 수없이 무고한 국민들을 동원해 죽이고도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사과하기는 커녕 자국민에게 침략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일본. 가르쳐야 할 역사는 가르치지 않은 채 가르치지 않아야 할 역사만 반복하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참 당황스럽기만 하다.

아베 정권은 최근 원전사고가 난 후쿠시마 주변에서 생산된 수산물 수출과 관련해 WTO 재판에서 패소하자 이번에는 WTO를 개혁해야 한다는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 정세에 대한 불만을 또다시 외국탓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방사능 오염의 우려로 자국민조차 잘 먹지 않는 후쿠시마산(産) 수산물을 한국에 팔려 하는 억지 논리에 화를 내기보다 전쟁에 가까운 그들의 외교 전략에 휘둘리지 않는 대안이 필요하다.

도철 경제부부장 douls18309@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