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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베니스 비엔날레- 난민·재생·기후문제…날선 사회비평·풍자 ‘봇물’
입력 : 2019년 05월 15일(수) 00:00


아르세날레 본 전시, 관람객 북적
한국 포함 전세계 79명 작가 참여
틀과 장벽을 깬 실험작 다채 ‘눈길’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아르세날레 본 전시장에서는 난민과 재생·환경문제 등을 다룬 작품이 다수를 이뤘다. 사진은 아니카 이 작 ‘Biologizing The Machine’.
고무로 만들어진 사람형체의 검은 물건이 천장 뿐만 아니라 사다리 등에 대거 내걸리고, 기다란 채찍이 괴성을 내며 대리석 의자를 휘갈린다. 대형 고무 타이어가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고, 누더기 같은 수만장의 천은 곰이 앉아있는 듯한 대형 의자를 만들었다.

화면으로 비치는 아이와 어른은 원인 모를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고, 파란 티셔츠를 입은 남자 아이의 얼굴은 사람이 아닌 괴물의 형체로 괴이함을 준다.

지난 8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개막한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아르세날레 본 전시장에서는 난민과 재생·환경문제 등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던 심각한 사회문제를 과감하고 실험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의 모습을 비판하고 풍자한 ‘미술 올림픽’의 면모가 있는그대로 드러났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시대’는 긍정의 이미지가 아닌 흥미롭지만 결코 평화롭지 않은 난세(亂世)다.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인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디렉터 랄프 루고프(Ralph Rugoff)는 “예술은 민족주의 대두를 막고 권위주의 정부를 끝내거나 난민을 도울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삶을 영위하고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은 내려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전세계에서 참여한 79명의 참여 작가들도 난세를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기발랄하게 풀어내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본 전시장 곳곳에 관람객들이 몰려 들었지만 가장 시선을 끈 작품은 미국 흑인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아서 자파(Arthur Jafa)의 조각 작품 ‘빅 휠Ⅰ 앤 빅 휠 Ⅱ(Big Wheel Ⅰ and Big Wheel Ⅱ)’였다. 검은 트럭 타이어를 쇠사슬에 매달아 놓은 이 작품은 본 전시 작가 중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차악착 착착’ 5분마다 고무호스로 된 채찍이 괴성을 내며 대리석 의자를 휘갈리는 중국 듀오팀인 순위얀(Sun Yuan)과 펑요우(Peng Yu)의 작품 ‘디어(Dear)’는 충격적인 ‘채찍 퍼포먼스’만으로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르세날레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수로 위에는 거대한 흰 손 6쌍의 조각이 눈길을 끌었다. 높이 1.52m에 달하는 이탈리아 조각가 로렌조 퀸(Lorenzo Quinn)의 이 작품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가라앉고 있는 베니스의 위기를 강렬한 조각으로 승화해 드러냈다. 특히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치권은 분열을 중단하고 협치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아르세날레 본 전시에서는 이불과 강서경, 아니카 이 등 한국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이불 작가는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서 철거한 철조망으로 제작한 작품 ‘오바드 V’등을 선보였다.

강서경 작가는 대표작 ‘땅 모래 지류(Land Sand Stand)’를 통해 땅에 흩어진 모래가 모여 지류를 이루듯 개개인이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표현해 관람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아니카 이(Anica Yi) 작가는 생물학과 예술이 결합된 작품으로 개인과 기후문제 등 미래의 심각성을 다뤘다. 아니카 이는 신작 ‘바이올로가이징 더 머신(Biologizing The Machine)’에서 곰팡이와 벌레, 점액을 배양하는 번데기 모양의 조형물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은 결국 연결될 수 밖에 없고 그 순환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탈리아 베니스=김옥경기자 okkim@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