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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5·18 진실규명이 ‘매우’ 중요한 이유- 39주년을 보내면서
입력 : 2019년 05월 20일(월) 00:00


김성 광주대 초빙교수

5·18 국립묘지로 향하는 망월동 가는 길에는 올해도 이팝나무의 새하얀 꽃들이 조화(弔花)라도 되듯 눈부시게 피어있다. 또다시 함성과 콩 볶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39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는 환청이다. 5·18을 겪었던 광주시민이라면 거의 같을 것이다.

활발한 기념사업 불구 늘어난 ‘5·18 폄훼’

39주년을 맞은 올 5·18은 어느 때보다 더 우울하고 비참하다. 자유한국당이 5·18을 폄훼한 소속 국회의원들을 솜방망이 처벌하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북한군 600명 침투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으로 안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유독 5·18 관련자의 명단 공개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그치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풀이 돼야 할지 기가 막힌다. 이 틈을 타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지만 아무도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 망월동에 잠들어 있는 희생자들이 통탄할 일이다.

최고 관련자들이 진즉 처벌받고, 기념사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런 비방이 그치지 않는 걸까. 결론은 간단하다. 진실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왜곡에 동조하는 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39년 동안 수없이 많은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이와 함께 숱한 허점도 있었다. 1988년 1월 민주화합추진위원회는 16명의 참고인으로부터 증언을 듣고 “光州학생과 시민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민주화운동’이라는 정치적 명칭만 붙였지 진상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 해 11월부터 본격화 된 국회 광주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내란집단(신군부) 관련자들이 청문회에서 허위증언을 하고, 군부대가 문서를 변조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래 5·18 조사의 전모를 담은 ‘국회 광주특위활동종합보고안’을 작성했으나 1990년 1월 22일 3당합당으로 생긴 거대여당 민자당 반대로 국회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이 보고서만 채택됐더라도 오늘날 북한군 침투설을 비롯한 가짜뉴스들이 범람하지 않았을 것이다. 1992년 12월 5·18을 수사했던 검찰은 관련자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1995년 7월에도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결론을 내렸다. 두 차례에 걸친 검찰의 발표는 결국 5·18의 진상을 왜곡하고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검찰은 1995년 10월 김영삼 대통령 지시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서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이렇게 해서 전·노는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내란죄와 뇌물죄 등으로 중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5·18 당시 과잉진압과 발포의 사전 기획설 ▲지휘권 2원화 문제 ▲도청앞 집단발포 명령자는 규명되지 않았다. 2005년에 출발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는 5·17 내란집단의 언론통제사건만 조사했고, 2007년 출범한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도 ▲과잉진압 ▲자위권 발동 ▲외곽봉쇄와 민간인 살상 ▲작전권 혼란과 5·17 당시의 인사권 남용에 한해 조사를 했다. 2018년 2월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광주에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결과발표를 했으나 강제조사권이 없어 조종사의 명확한 진술은 받아내지 못했다.

이 동안 내란집단은 1983년 망월동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시신이장(屍身移葬) 공작을 벌였다. 1985년부터는 80위원회, 511연구회, 511대책반을 만들어 각종 군사문서들을 치밀하게 위·변조해 진실을 덮었다. 그리고 지금도 내란집단의 과오를 덮기 위해 왜곡을 계속하고 있다.

왜곡전파자들, 100년 뒤 ‘兩非論 정착’ 노려

그래서 곧 출범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이번에 진상을 제대로 캐내지 못하면 50년, 100년 뒤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가짜뉴스가 횡행하여 양비론(兩非論)이 자리잡을 수 있다. 왜곡전파자들은 이것을 노리고 있다. 39주년을 보내면서 진실 규명과 처벌법 제정으로 국력낭비를 끝내야 한다는 사생결단의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