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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이거 왜 이래
입력시간 : 2019. 05.22. 00:00


몇 해 전 송년 기자회견장에서 광주대교구 김희중 주교님을 뵌 적 있다. 남북교류협력차 북한을 다녀와서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처음에는 남북교류나 북한 질문이 이어졌으나 시간이 갈수록 정치 문제에 치우쳤다. 나중에는 특정 지방선거 후보자 얘기까지 나오면서 분위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필자가 나섰다. “주교님, 왜 광주대교구에서 참사가 자꾸 발생합니까. 5·18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침몰로 수 많은 시민과 학생이 숨졌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이토록 참혹한 시련을 주시는지 궁금합니다.”

주교님은 잠깐 머뭇거리시더니 답변하셨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실험에 들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980년 5월 항쟁이나 세월호 침몰은 있을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사건이자 참사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유족들의 아픔을 보듬고 트라우마를 함께 치유해 나가야 한다. 침몰 원인부터 참사의 진실을 밝혀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5월 항쟁도 발포 명령자와 행불자 등 난제가 많다. 명확한 진실을 규명하고 5월 광주정신의 올바른 계승에 우리 함께 동참하고 노력해 나가야한다.”

우문현답이었다. 정치에 치우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던진 질문이었는데 현명한 답변을 하신 것이다.

5월 학살의 최종 발포 명령자로 지목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광주에 왔었다. 그의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열린 재판에 출두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것이다.

광주에서 그의 첫 마디는 ‘이거 왜 이래’ 였다. 법원 정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 섞인 말투로 그렇게 내뱉었다. 5월 학살에 대한 사과나 참회를 기대했던 지역민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어쩌면 전씨에게 이번이 광주 학살에 대한 마지막 참회의 기회가 될지 모른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고 짜증섞인 말 한마디를 내뱉는 모습에 지역민들은 응어리진 가슴을 다시 내리쳐야 했다.

5월 광주는 아직 미완성이다. 발포 명령자, 기총소사, 행불자 등 완결되지 못한 채 우리 곁에 있다. 하루빨리 진실의 완벽한 실체가 드러나길 빈다.

양기생 문화체육부 부장gingullov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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