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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친구' 노무현과 문재인…그리고 5월
입력시간 : 2019. 05.23. 00:00


류성훈 지역사회부 부장

지난 토요일,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울먹이는 기념사로 민심을 울렸다. 37주년에 이어 두번 째 5·18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울림이 있는 기념사를 했다. 어쩌면 저리 속시원하게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할까.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가슴에 찡한 감동의 파동이 느껴졌다.

마침 그날, 서울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5·18 기념식이 끝나고 무심히 유튜브를 뒤적이다 추모 문화제를 중계하는 동영상을 우연히 찾아 끝까지 봤다. 생전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시간이 갈수록 노 전 대통령이 그리워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노 전 대통령은 10년 전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났어도 그의 친구는 바람대로 대통령이 돼 '5월 광주'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너무나 큰 빚을 졌다며 역사 앞에 진솔함을 담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보다 나이는 적어도 함께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며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던 평생 좋은 친구다. 두 친구는 자연스럽게 80년 5월 광주의 아픔도 같은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자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단정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매년 5·18 기념식을 찾았고, 퇴임 후에도 국립 5·18 묘지를 찾아 참배할 정도로 광주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88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부터 5공 비리특별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며 5공 인사들을 향해 날카로운 지적과 속 시원한 호통으로 광주시민들의 묵은 체증을 내려 앉혀줬다.

퇴임 후 봉하마을에 머물면서 밀짚모자를 쓰고 손녀를 태우고 자전거 타기를 즐겨했던, 구멍가게에 앉아 손녀에게 쭈쭈바를 사주면서 행여 손녀의 손이 차가울까봐 휴지로 돌돌 말아서 건네주던, 마을 주민들과 격의없이 막걸리 한잔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상을 떠난 뒤 더욱 그리워하고 안타깝다고 생각되는 정치인 중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정치부 기자로 취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광주 계림동 한 호텔 커피숍이었다. 기자들과 간담회 도중 '끝까지 경선에 참여할꺼냐', '차기를 위한 행보 아니냐' 등의 짓궂은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다짜고짜 나에게 "줄무늬 셔츠가 멋지다. (나도) 잘 어울리겠다. 어디서 산 거냐"고 물어 적잖게 당황했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 또 다시 물어 알려주자 메모지에 써 양복 주머니에 넣었다. 며칠 뒤 티비에서 그 셔츠를 입고 연설을 하던 모습을 보고 "노무현, 참 솔직하네"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마지막 길'을 선택하기 직전, 경호관에게 '담배 있냐'고 물었던 게 못내 가슴아프다면서 "담배나 한대 피우고 가셨으면 좋았을 걸. 내가 있었으면 드렸을 텐데…"라며 눈물을 훔치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는 감히 견주지 못하더라도, 그가 그렇게 떠나서인지 셔츠 한벌이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의 수많은 연설과 글 중에서, "나도 종로에서 계속 국회의원 하고 싶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되는 일이라서 하는 것이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눈물이 왈칵 났는데 종로를 버리는 게 아까워서인지 앞으로 당할 일이 막막해서인지 모르겠다…"(2004년 16대 총선 부산 출마하면서)라고 말했던 내용과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유서가 유독 가슴에 와 닿는다. 그의 우직하고 곧은 삶을 투영하는 대표적인 말과 글이다.

그는 바보라고 불릴 만큼 지역감정도, 편견도 없이 '사람 사는 세상'을 부르짖었고 스스로를 내려놓고 세상을 향해 외쳤다. 그가 해야만 해서 걸어온 길은 노무현이어서 했지만, 노무현만이 해야할 일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동의하지는 않았던 것들을 앞장서 했을 뿐이었다. 그는 구차한 삶이 아닌 극단적이지만 후회없는 신념으로 몸을 던졌다. 목숨보다 소중한 신념과 자존을 택한 것이다

서거 10년이 흐른 지금, 친구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사법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두 친구로 인해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래야 모든 국민에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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