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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관련소식
5·18·제주 4·3…기념이 기억으로 이어지려면
박제화된 기념, 외려 기억 단절시켜
사실적 묘사 과거 재현이 왕도는 아냐
문화·상상력으로 생동하는 의례 조성을
입력시간 : 2019. 05.24. 00:00


기념의 미래

최호근 지음┃고려대출판문화원┃2만1천원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경고의 기념물, 상기(想起)의 기념물이 서 있어야 할 자리에, 무슨 생각으로 충혼의 탑을 또 세운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4·19, 5·18, 거창, 산청·함양의 기념 첨탑은 무사유의 결정체다.… 위계적이고 획일적인 군사문화에 항거하다 죽은 민주열사들의 묘지에 왜 군사국가적 규율이 끝까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기념의 미래' 중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가의 신발들. 1944년 이 강가에서 살해된 유대인의 죽음을 기린 철제 신발 조형물이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국민이 가세한 5월 운동을 통해 ‘국가에 의한 죽음’을 ‘국가가 기념’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그 기념, 공간이 후세들이 공감하고 상상할 여지를 주고 있는가.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기념의 미래’를 통해 제주 4·3,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 광주민주화운동 등 국가폭력의 과거사 기념이 기억으로 집단 전승될 수 있을지에 심각한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각종 기념시설이 세워지고 기념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기억에 대한 갈증은 더 심해지고 기념이 박제화 되면서 외려 기억이 질식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살아있는 기억을 맛볼 기회를 갖지 못한 젊은 세대가 아예 과거에 대해 무관심해질지도 모른다. 유족들이 돌아가시면 누가 희생자들을 위해 곡을 할까.

 ‘기념의 미래’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구체적인 국내외 현장 에 대한 분석을 통해 되짚고, 미래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

 저자의 의도는 부제 ‘기억의 정치 끝에서 기념문화를 이야기하다’에 담겨있다.

 기억의 정치가 사회 변화의 견인차였지만 기억의 정치만으로는 세상을 바꿔갈 기억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예산과 부지 확보, 방향 수립에서 끝나버린 기억의 정치는 기억을 박제화해버린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화의 역할이 필요하다. 기념 공간과 절차에 호흡을 불어넣어 생동하는 기억을 산출하는 것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 있는 ‘홀로코스트 상징기념물’. 각기 크기가 다른 2711개의 콘크리트 돌기둥이 파도치듯 펼쳐져있다. 내부를 거닐며 저마다의 상념을 간직할 수있도록 하고 있다. .


  저자는 서울 수유동 국립 4·19묘지를 비롯해 마산 국립 3·15묘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등이 기억의 전승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묘지 중심의 웅대한 수직 기념탑, 거대한 문, 열병하고 있는 군대를 연상시키는 자로 잰듯한 대오를 갖춘 무덤들. 왜색 군국주의 언어. ‘영령’이나 ‘위령’들은 군국주의와 일본 전통 민중종교, 국가신도가 합착해 만든 용어다. 유신 풍토가 아니라면 이런 어휘들이 호국의 전당에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통탄하며 애국동산에서 이 용어들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문제들이 정치 과잉과 문화 결핍에서 비롯된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는 노력을 다채롭게 펼쳐야한다고 강조한다. 기억투쟁에서 기념문화로의 이행이 필요한 이유다. 1944년 유대인들의 죽음을 추모해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둑에 설치된 60켤레의 철제신발 조형물을 예로들며 상상력, 공감이 불러일으키는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독일·폴란드·헝가리 등 세계 호평받는 기억의 처소(기념공간)를 통해 ‘치열한 논의와 궁리, 기본 개념을 도출하기 위한 숙고와 개념화’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밝힌다. 한국에서 시작돼 온 세계가 향유하는 한국발 기념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비전도 제시한다.

 전통의 샘에서 영감을 얻고, 사람 향기 넘치는 스토리 발굴과 가공에 힘쓰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폭력의 과거를 재현하는 왕도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교육을 염두에 둔 전시, 온라인 세계를 개척하는 전시야말로 세대 간 기억전승의 지름길이라는 이야기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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