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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 정선지음]광기·우울…거침없는 예술가의 표상
입력시간 : 2019. 05.24. 00:00


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

정선 지음┃문학수첩┃8천원

우리 시단의 사조나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법으로 세상을 읽으며 개성적 언어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정선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 나왔다.

정 시인은 최근 ‘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를 내놨다.

첫 번째 시집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가 시인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번져가게 하는 이중적 미학을 보여 주었다면, 이번 시집 ‘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에서는 앞선 시집에서 치유했던 상처와 기억들을 질료 삼아 거침없는 모험을 감행한다.

첫 시집에서 과감하게 선보였던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도리어 흐름을 형성해 스스로가 나아갈 길을 내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해설을 맡은 김병호 시인은 “고정된 기존의 감수성과 상상력, 사유 체제로는 다가설 수 없는 신선한 자극과 충격”을 정선 시의 ‘전제 조건’이라고 평하며 “대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과 사랑에 대한 사유와 감수성이 여타의 시인들과 달리 크고 다채롭다”고 말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때론 원초적 몰락을 향해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나그네나 온몸을 불사르는 광인의 모습으로 분하기도 한다. 위태로운 문장 속에서 이미지의 폭발을 시도할 때는 단 하나의 폭탄을 가슴에 안고 적진 한복판으로 주저 없이 나가는 테러범 같기도 하다.

그의 시는 분명 다국적 연합군이나 잘 훈련된 정규군의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난해하거나 관념적이라 할지라도 행간의 긴장을 통해 응축해 놓은 그의 시적 폭발력은 우리 시단에서 쉽게 목격할 수 없는 풍경을 그려낸다. 누가 눈여겨 보아주지 않아도 ‘독고다이’로 맞장 뜨는 시인의 운명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그를 한번 제대로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기도 한다.

시인은 또 시집에 광기와 우울을 다채롭게 드러낸다. 이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표식이다.

시인은 ‘피 한 방울만으로도 황홀경을 창조’할 수 있는 위대한 뱀파이어들을 ‘예술가’라고 일컫는다. 그들은 피 한 방울만으로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시가 찬양을 하게 하는 존재들’이다. ‘치사량의 우울’을 필요로 하는 예술가로서의 숙명을 수긍해야만 상처투성이의 자신을 기꺼이 받아 안을 수 있는 까닭에 시인의 시에서는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묻어난다.

지난 2006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정 시인은 시집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와 에세이집 ‘내 몸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를 출간했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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