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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주먹밥 팝업 스토어’를 기다리며
입력 : 2019년 05월 28일(화) 00:00


중앙부처에서 파견나온 이들이나 광주에 머무는 이들은 하나같이 ‘음식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어느 식당이든 맛있어 먹거리 탐방을 하는 기분이란다.

그러면서 곁들인다. ‘광주는 이렇게 음식이 맛있는데 왜 대표 음식이 없어요?’

보통은 지역을 상징하는 음식들이 있는데 광주는 빼어난 맛에도 상징 음식이 없다는 이야기다.

‘광주·전남은 물산이 풍부해 먹고사는 일에 그닥 애로를 겪지 않았다. 서민들이 한 끼 챙기기에 부담없어 많이 찾다보니 지역 대표음식이 된 타 지역과 다른 이야기 아닐까.’ 라는 나름의 가설로 지역의 풍성함을 이야기하곤 했다.

사실 권할만한 음식은 넘쳐난다. 요즘은 거의 비슷해졌다고 하나 광주 한정식이나 송정 떡갈비,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7∼8천원짜리 백반, 무등산자락 보리밥 등은 서울촌사람들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풍성하고 맛도 있고 저렴하다. 헌데 뭔가 2% 부족하다. 대개 중장년층 입맛이다. 학생이나 젊은 여행자들이 가볍게 들르기는 마땅찮다.

광주시가 음식 브랜드화에 나섰다. 대표음식을 선정해 맛의 고장 광주의 명성에 걸맞게 식도락 관광도시로 만들어 가겠단다.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계획이 걸린다. 7개 대표 음식 중 매년 하나를 선정, 상품화 브랜드화 관광자원화 하겠단다. 레시피를 표준화 다양화하고 대표맛집을 선정해 육성·지원하겠단다.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도 곁들인다.

섬세하고 다양한 ‘입맛’을 1년마다 완전정복하겠다는 고도의 자신감이 아니라면 생각없음이다. 지난 2003년부터 추진해온 광주오미(五味), 대대적인 홍보에도 시민들은 종류도 기억 못한다. 가게마다 걸려있는 현판은 장식용 그 이상도 아니다.

그렇다고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철저한 장단기 전략이 필요하다.

눈길 가는 대목도 있다. 대표음식에 새롭게 등장한 ‘주먹밥’과 ‘상추튀김’.

광주의 역사와 사람 이야기가 담긴 주먹밥이 히트한다면 먹거리 하나로 광주의 혼을 세상과 호흡하는 것이다. 상추튀김은 광주에만 있는 독특한 음식이다. 올해 대표음식은 주먹밥이다.

주먹밥 가게 하나 없는데 대표 맛집은 어찌 선정하나. 주먹밥 브랜드화를 청년 일자리와 연계해보면 어떨까. 전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경연을 펼치는 거다. 선정된 이들에게 푸드트럭을 제공해 광주의 상징공간이라할 구 전남도청, 대인시장, 광주관광의 핫플레이스인 양림동, 송정역 등에 배치하는 거다. 관광객은 이야기가 담긴 주먹밥을 맛보고 쉐프를 꿈꾸는 청년들은 광주에서 꿈을 실현해보도록 하는 거다.

맛의 다양성, 넘치는 열정, 젊음의 활기, 여기에 청년 일자리까지 더해진다면 또 하나의 관광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시는 양림동 관광화의 실패에서 배워야한다. 과거 300억 넘게 투자한 양림동 역사마을 조성사업, 선교사 묘역 등을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 펭귄마을 주민들이 만든 텃밭의 정크 아트가 SNS로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명소가 됐다. ‘패배(실패)는 다른 국민을 각성’시키는데 의미가 있다는 리뷔에르(생떽쥐베리 ‘야간비행’의 주인공)의 고뇌는 새겨볼만하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