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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현의 새로 쓰는 전라도 마한사 <4>영산지중해 마한 문화의 상징 ‘玉’<下>
차령산맥 이남 凡마한계 玉 중시하고 부장품으로
입력시간 : 2019. 06.04. 00:00


옥제 목걸이(나주 정촌 고분 출토).
매일 아침 영산강을 따라 달리는 학교 버스에서 ‘영산르네상스’를 이룩하였던 고대 마한 왕국들을 생각한다. 최근 울진 성류굴에서 신라 진흥왕이 그곳을 행차하였다는 명문이 발견되어 고대사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곳 영산강 유역을 비롯하여 우리 지역 곳곳에도 마한의 역사적 흔적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남아 있을 것이다.

앞서 일본에 전해진 玉 문화는 그 연원이 한반도에 있다 하였다. 대표적인 ‘옥’인 ‘관옥(管玉 대롱옥)’이 마한 지역에서 출토되고 있다. 관옥 제작은 청동기 이래 철기시대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었다. 부여 합송리 유적에서 출토된 관옥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였던 벽옥제 대롱구슬을 본 따 제작한 것이다.

玉이 출토된 분묘들이 백제 영역에서는 충남 미호천 일대, 차령 이남의 마한의 대부분 지역 특히 영산강 유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마한의 대표적 묘제인 분구묘에서 玉이 많이 출토되고 있다. 영암 옥야리 고분의 6호 석실에서 관옥 구슬 331점, 14호 석실에서 관옥 및 조옥 구슬 327점, 나주 복암리 3호분의 3호 석실에서 관옥 구슬 95점·구슬 108점, 96호 석실에서 관옥 구슬 460점이 확인되었다. 또 다른 마한의 토광묘에서도 상당한 양의 玉이 출토되고 있다. 영암 만수리 4호분의 3호, 7호 석실에서 각각 구슬이 86점, 76점이 나오고 있다. 현재 확인되고 있는 玉 유물 3/4 분량이 마한 분묘에서 출토된 것이다.

백제 계통의 석실분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금강 중류 지역에는 玉 유물이 거의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물이 도굴되지 않은 채 온전히 남아 있는 공주지역 고분에서 玉 유물이 한 점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같은 금강 수계의 하류 지역에 위치한 석실분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玉이 출토되고 있다. 백제의 중심부와 가까운 곳은 마한의 玉 부장 전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반면, 백제의 변경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 하류 지역에는 그 전통이 남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차령산맥 이남을 경계로 한 凡마한계는 玉을 중시하고 그것을 부장품으로 하는 전통이 있었다.

정촌고분 출토 옥.


한편 신촌리 9호분의 한 석실분에서 무려 2700여 점의 玉 유물이 확인되고, 정촌 고분의 한 석실에서 1117점의 玉이 출토되는 등 특정 고분에서 엄청난 옥 관련 유물이 확인되었다. 정촌·복암리·신촌리·옥야리고분 등 玉 유물이 많이 출토된 고분은 대체로 규모가 큰 왕릉급이거나 금동왕관 및 금동신발 등이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장자의 신분이 그 지역 연맹장일 가능성이 높다. 玉 유물의 여러 특징을 분석하면 당시 정치적 상황을 살필 수 있다.

청동기 시대의 벽옥제 대롱구슬을 본 딴 유리제 대롱구슬은 우리나라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별로 찾아지지 않는다. 영암 망산에서 출토된 玉 제품이 청동기 시대로 편년되고 있다. 유리제 대롱구슬이 중국의 영향과 무관하게 이 지역에서 자체 제작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푸른색 대롱옥 유물은 마한 지역에서 생산된 고유의 구슬 제품이었다. 이 구슬이 마한지역에서 많이 출토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 하겠다. 대롱옥이 마한을 대표하는 장신구였던 셈이다.

금강 유역에서 출토되는 구슬들은 곡옥·조옥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산강 유역에서 주로 출토되는 대롱옥·금박 구슬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한을 대표하는 대롱옥이 금강 유역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산강 유역의 분구묘에서는 적어도 1점 혹은 2점의 대롱옥이 대부분 유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롱옥과 유리구슬의 조합은 이 지역의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같은 마한 영역이라 하더라도 영암과 나주, 무안 지역 등 영산 지중해 일대에서 유난히 많이 출토되고 있다. 영암 옥야리·신연리고분군, 나주 복암리 3호분 등에서 출토된 대롱옥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마한을 대표하는 대롱옥이 영산 지중해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은 이곳이 마한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마한의 심장부가 이곳 영산 지중해 지역에 일찍부터 형성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마한 세력이 백제에 밀리어 영산강 유역에 터전을 잡았다는 주장을 필자가 받아들이지 않은 까닭이다.

일본 큐슈의 요시노가리(吉野ケ里) 유적에서 나온 여러 개의 푸른색 유리 대롱구슬은 한반도로부터 전해진 문물로 간주되고 있다. 영산 지중해를 통해 마한의 대롱옥 문화가 일찍 왜로 건너갔다고 보는 것이 순리이겠다. 이와 비슷한 대롱옥이 중국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를 가지고 중국에서 제작된 대롱옥이 마한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대롱옥이 영산 지중해의 마한을 대표하는 고유의 장신구임이 분명하다 할 때, 마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대롱옥을 통해, 당시 한·중·일 3국의 문화 교류 현상을 살필 수 있다.

그런데 출토된 옥들을 보면 그 색상이 적색계 또는 감청색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유리구슬의 색상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색상이 각 지역의 기호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색상을 통해 정치적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영산강 유역 분구묘에서 확인된 유리구슬을 보면 영암 신연리 9호분처럼, 적색계 유리구슬은 전혀 보이지 않고 감청색계와 녹색계 유리구슬 일색이다. 금동관이 출토된 신촌리 고분의 4000점이 넘는 玉 대부분이 감청색과 녹색계를 이루고 있다. 영산지중해 일대는 주로 감청색 계통을 선호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시종과 반남 지역이 같은 문화권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시종천을 중심으로 시종·반남 지역 정치체가 하나로 결합하여 ‘내비리국’이라는 연맹왕국을 형성한 역사적 사실이 구슬의 색상을 통해서도 살필 수 있다고 믿어진다.

그런데 적색계 유리구슬이 출토된 유구에서는 감청색계 유리구슬이 어느 정도 확인되나 감청색계 유리구슬이 확인된 유구에서는 적색계 유리구슬이 한 점도 확인되지 않고 있어 적색계 유리구슬에 대한 배타적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배타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그들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하겠다. 백제의 묘제인 토광묘와 석실묘에서 일부 감청색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하여 영산지중해 일대에서 감청색계통의 구슬이 출토된 사실을 백제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으로 연결시켜 보기도 한다. 신촌리 고분은 석실분이 아닌 옹관묘라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이 옳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겠다.

시민전문기자(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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