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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십대 청소년의 뇌와 또래 집단
입력시간 : 2019. 06.04. 00:00


이운규 신용중 교사

인간 뇌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그 만큼 그 영역으로 가는 혈류의 양도 증가한다. 이 혈류의 양을 이미지 영상으로 촬영해 보면 인간 뇌에서 어떤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 fMRI’이라고 하는데, 이 최신의 영상 기술을 활용하여 ‘거짓말 탐지기’가 개발되기도 하였고, 우리 교육 분야에서는 아동 특히 십대 청소년의 뇌에 대한 새롭고 획기적인 발견이 이루어졌다.

불과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뇌는 어린이 시기에 거의 완성된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생각이 최근에 ‘fMRI’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완전히 뒤집혔다. 인간의 뇌는 25살 이후가 되어서야 완성되며, 그러므로 성인이 되기 전, 십대 청소년의 뇌는 성인의 뇌와 아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가 다르니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십대들의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을 낳는 의식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십대의 뇌가 성인의 뇌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유명한 실험 결과가 있다. 2005년에 Laurence Steinberg라는 뇌신경과학자가 실험한 것이다. 청소년과 어른들에게 컴퓨터상 가상의 도로에서 운전을 하는 게임을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운전 중 실제 현실의 도로처럼 신호등이 작동하는 교차로를 지나도록 하였다. 그리고 녹색등이 황색과 적색등으로 바뀔 때 이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청소년과 어른 참여자들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즉 실제 도로상이라면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는 이러한 법규 위반을 두 집단이 각각 어느 정도 비율도 감행하는지를 관찰하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부분 신호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른이나 청소년이나 차이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 가지 상황적 조건이 전제되었을 때만이 그랬다. 그것은 바로 운전자들이 ‘혼자서’ 도로를 운전하는 상황이었다. 혼자가 아니라 다른 동료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적 조건이 조성되자 두 집단 사이의 운전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서 위험한 행동을 하는 참가자의 비율이 청소년 집단에서 급증한 것이다. 반면에 성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운전을 하는 상황에서도 교통법규를 지키는 비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13세에서 16세 사이의 청소년들은 자기 또래들과 함께,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전을 할 때 성인들에 비해 3배나 더 법규를 위반하였다. 혼자 있을 때 별 문제없는 아이들이 다른 애들과 함께 있게 되자 갑자기 신호를 무시하고 법규를 어기고 위험한 행동을 한 것이다.

이 실험은 실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누구나 인지하듯이 청소년들의 문제 행동은 많은 경우 또래 집단 속에서 일어난다. 원래는 착한 아이인데 ‘친구를 잘못 만나는 바람에’ 애가 이상하게 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이 말에는 어폐가 있다. 어떤 특정한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런다기보다 여러 친구들이 서로 만나서 그렇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쁘게 변하는 아이는 내 아이만이 아니고 내 아이를 만난 다른 아이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둘 다 원래는(혼자서는) 별 문제가 없다가 둘이 어울려 지내면서 (또래 집단을 이루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인간의 이성적 절제력과 연관된 전두엽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의 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또래의 압력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교육자들이나 부모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청소년의 문제행동에 대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청소년 개인에서 찾기보다 청소년이 속한 또래 집단에서 찾는 것이 더 현명하고 효율적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예를 들면 자녀가 문제 행동을 계속할 때, 과감히 타 지역으로 이주를 감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기존의 부정적인 또래 집단 대신 새로운 긍정적인 또래 집단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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