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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여성시대’ 20년간 이끌어
“사연 보내는 사람들 마음이 프로의 원동력”
MBC ‘골든마우스’ 9번째 수상자 돼
유방암 말기 ‘희재엄마’ 가장 기억 남아
입력시간 : 2019. 06.06. 00:00


가수 양희은(67)의 라디오 DJ 20년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MBC FM ‘여성시대 양희은·서경석입니다’를 20년간 이끈 양희은은 최근 서울 상암동 MBC에서 “20년 진행을 목표로 시작했다면 못했을 것”이라며 “사연의 무게가 무거워서 1~2년 만 하고 그만두려고 생각했었다”고 털어놓았다.

MBC 라디오는 1975년 UN ‘세계여성의 해’를 계기로 ‘여성’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인 ‘여성살롱’(진행 임국희)을 만들었다. 당시 여성의 편지를 방송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인 ‘여성살롱’은 1988년부터 ‘여성시대’로 이름을 바꿔 31년째 이어오고 있다.

‘여성시대’는 매년 봄 주제를 정해 청취자들의 사연을 공모하는 ‘신춘 편지쇼’, 가을에는 주부 청취자 600~800명과 1박2일간 버스 여행을 떠나는 ‘가을 주부나들이’, 겨울에는 ‘사랑의 난방비’를 통해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MBC 표준FM라디오에서 매일 오전 9시5분부터 11시까지 방송한다.

‘여성시대’와 양희은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6월7일 처음 ‘여성시대’의 마이크를 잡은 양희은은 지금까지 1만4천600시간 동안 편지 5만8천여통을 읽었다. 7일 MBC라디오에 20년 이상 공헌한 DJ에게 주는 ‘골든마우스’의 9번째 수상자가 된다. 그동안 함께한 DJ는 MC 김승현(59), 개그맨 전유성(70), 탤런트 송승환(62) 강석우(62), 개그맨 서경석(47)까지 5명이다.

‘여성시대’ 마이크를 잡았을 때 갱년기로 힘들었던 양희은은 “사연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며 “갱년기여서 ‘언제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20년이 됐다”며 “주변에서 20년 진행에 대해 감탄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쌓였을 뿐이다. 여성시 대(학교)에서 학위를 따고 또 따고 했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사연도 유방암 말기 환자의 이야기로, 무겁다. “어떤 사연도 죽음만큼 (무겁지는) 못하다. 사람은 살아있으면 뭐든 가능하다. 세상을 떠나면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지는 못하는 엄연한 경계가 생긴다. ‘희재 엄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유방암 말기였던 희재 엄마가 아들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사흘에 걸쳐 몇자씩 쓰고 쉬고 나서 또 써서 보낸 편지”를 소개했다.

“사서함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응원을 부탁했을 때 애청자들의 뜨거운 마음이 응원 메시지로 쇄도했다”며 “당시 데뷔 30주년 기념 음반을 준비하던 중이어서 희재엄마와 소녀 가장들에게 헌정하는 음반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20년 장수 진행의 비결은 없다. 청취자 사연이 곧 이 프로그램의 힘이다. “여성시대는 사람들이 사심이나 욕심을 갖고 보내는 사연이 아닌, 가슴으로 보낸 편지가 오는 곳이라서 DJ로서 기술이 별로 필요 없다. 사연 전달을 정확히 하려고 노력했다. 편지를 써서 보내는 사람들의 가슴이 이 프로그램의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가정폭력 사연이 많을 때는, 그런 편지가 안 올 때까지 소개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가정 폭력 사연들이 많이 오던 시절에 한 번은 전유성 선배가 ‘이른 아침에 그런 사연을 굳이 배달해야 해?’라는 말에 내가 ‘해야 한다. 이런 사연 그만 올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요즘은 확실히 그런 사연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여성시대’가 미래에는 ‘사람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어떤 분은 왜 여성시대는 1주일에 엿새를 방송하면서, 남성시대는 하루만 하느냐 하지만, 여성시대 앞에 ‘여성’을 내건다는 것은 남녀 차별이 있고 그만큼 여성이 여러 면에서 뒤처져서 아픔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중에 ‘여성’이 없어지고 ‘사람’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다. 뉴시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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