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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작곡가 정율성 발자취 만화로 읽는다
입력시간 : 2019. 06.07. 00:00


옌안송-정율성 이야기

박건웅 지음│우리나비│1만6천원



‘옌안송-정율성 이야기’는 항일 투쟁과 탁월한 음악적 업적을 인정받아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최고의 음악인 반열에 오른 작곡가 정율성의 삶을 그린 이야기다.

만화가 박건웅이 그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그래픽 노블로 엮었다.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으로,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스토리에 완결성을 가진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된다.

광주 출생인 정율성은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13억 중국인들에게는 추앙받고 있는 대표 작곡가다.

‘옌안송’은 정율성이 중일전쟁 발발 후 김원봉의 의열단을 뒤로하고 중국 공산당 본부가 있는 옌안으로 이동한 뒤 옌안의 들끓는 혁명적 분위기를 담아 만든 노래다. 당대 최고의 유행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서정적이면서도 웅장한 전투적 기개가 물씬 풍기는 이 곡은 중국인들은 물론 심지어 일본인들조차도 따라 부를 정도로 그 인기가 실로 엄청났다.

옌안은 당시 중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항일 혁명의 성지로, 중국 인민에게 희망의 도시였다.

책은 박건웅 작가의 특유의 따뜻하고 정감 어린 그림과 손글씨를 통해 독립운동가이면서도 이념 대립의 그늘 속에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정율성이라는 한 인간의 삶의 전반을 마치 한 편의 흑백 장편 영화처럼 그린다.

일제에 맞선 독립운동가 하면 총과 칼, 폭탄, 암살 등의 무력 항쟁이 떠오르지만 ‘예술’로도 항일 투쟁을 벌일 수 있다는 부분이 새롭게 다가온다.

또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인물들인 김구, 김규식, 김산, 무정, 윤세주, 주덕해, 박건웅(정율성의 매형), 당대 중국을 책임졌던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등 걸출한 중국 정치인들까지도 한 눈에 볼 수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정율성은 사회주의자이면서 독립운동가였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 세력의 대다수가 사회주의 계열이었음은 이미 공인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실존했던 항일 업적과 노고는 사회주의자란 낙인 아래 금기시되고 역사의 사각지대에 묻혀 왔다.

일제에 의해 이역만리 중국으로 내몰리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젊음을 불살랐음에도 정작 자신은 해방 후에도 조국 땅에 살 수 없었던 정율성의 애잔한 인생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특히 책은 이념을 넘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고 기리는 것이야말로 후세된 자로서 응당 취해야 할 온당한 일이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고한다.

박 작가는 “일제의 폭압이 난무하는 죽음과 삶이 공존하던 암흑의 시대에 예술을 통해 총칼보다 강하고 혁명 그 이상의 힘을 보여준 정율성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 책을 계기로 3·1혁명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100년전 못 다 이룬 많은 사람들의 꿈을 다시 이루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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