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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준 교수의 우리말 바루기- ‘간체자’와 ‘번체자’, ‘工夫(공부)’와 ‘存款(존관)’
입력시간 : 2019. 06.10. 00:00


마오쩌뚱이 ‘위대한 문학가, 혁명가, 사상가’라 찬양한 ‘아큐정전’을 쓴 루신이 ‘한자가 없어지지 않으면 중국이 망한다.’는 극언을 할 만큼 중국에서도 한자는 옛적부터 국가적 난제였다. 한자를 버리고 로마자나 한글 같은 표음 문자를 쓰자는 주장이 나온 적도 있었다. 지식인들조차도 글자를 읽지 못하는 일이 드물지 않아서, 작년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대학의 총장이 중2 수준의 한자를 잘못 읽어 사과문을 냈다. 한자의 숙명이다.

한자를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고민을 한다. 한자는 글자가 형·음·의(形音義)로 이루어져 있어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일일이 배우지 않으면 쓸 수도, 읽을 수도, 뜻을 알 수도 없다. 짐작하기도 어렵다. 원활한 문자 생활을 영위하려면, 수천 자를 익혀야 하는데(중국 당국이 2013년에 발표한 ‘통용규범한자표’의 한자는 교육용 1급 3천500자와 출판·통신용 2급 3천자, 인명·지명·기술용 3급 1천605자를 합해 모두 8천105자이다.) 이게 쉬운 일이겠는가.

더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요즘 같은 디지털시대에는 글자를 직접 쓰는 경우가 드물어 막상 쓰려면 아는 한자도 생각이 안 날 때가 많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티비왕쯔(提筆忘字: 쓰려고 해도 글자가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한자 문제,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보자.



◆ ‘간체자’와 ‘번체자’

한자를 알면 한자 문화권 국가의 사람들과 한자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하는 이들이 꽤나 있고 또 그럴 것 같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입말이 안 되면 한자로 필담을 한다는 것인데, 그러자면 우선 나라마다 글자꼴과 뜻이 같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일본과 우리 사이에는 글자꼴이 다른 한자가 적지 않아서 소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이 1960년대 중반부터 2,235자의 한자를 글자꼴을 바꿔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간체자 또는 간화자라 부르는데, 간체자는 그동안 써 오던 약자, 속자 등과도 많이 달라서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물론이고, 표준어를 같이 쓰는 대만이나 홍콩 사람들도 따로 배우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工夫(공부)’와 ‘存款(존관)’

정작 소통할 때 필요한 한자어는 생각보다 더 큰 걸림돌이다. 공통으로 쓰는 한자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수가 많지 않다. 같은 단어인데 뜻이 다른 경우도 많고, 같은 사물인데도 나라에 따라 다른 단어로 표현한다. 우리의 ‘사과(沙果)’를 중국은 ‘평果(평과)’, 일본은 ‘林檎(임금)’으로 적는데, 무슨 수로 소통할 수 있을까. ‘工夫(공부)’는 한중일 세 나라 모두 사용하는 말이지만, 뜻이 다르다. ‘存款(존관)’은 중국어에만 있다. ‘예금’이라는 뜻이다.

한자는 중국의 문자, 과거의 문자다. 이제는 정말 한자에서 자유로워질 때다.

전남대 명예교수·광주시국어진흥위원장


최민석        최민석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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