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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초대 광주시 총괄건축가 함인선
“‘광주다움’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찾아 나가야”
보편적 도시공간적 가치
보석 같은 공공건축물
차별적이고 혁신적 정책
보유 유무가 곧 ‘광주다움’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가
콘크리트 빌딩이 주인 돼선 안돼
입력시간 : 2019. 06.10. 00:00


회색도시, 아파트 블록이 돼가는 광주시를 시민들이 살만한 도시공간으로 변신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몇 년사이 도시재개발 지역에 고층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며 도심 경관은 훼손되고 마을 공동체는 파괴돼 가고 있다. 잇따르는 자성과 비판속에도 건축허가는 난개발 수준으로 진행돼 왔다. 뒤늦게 민선 7기가 난개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건축을 비롯한 도시개발 전체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기획하기 위한 총괄건축가제도를 도입, 눈길을 끌고 있다. 부시장급의 총괄건축가는 건축·도시디자인, 건축·도시공간정책, 전략 등에 대해 자문하고 주요 공공건축이나 도시공간환경 조성사업에 대한 총괄 조정을 맡는 자리다. 난개발 제어는 물론 건축과 도시공간의 공공성 구축 등 도시 계획과 디자인에서 중요시되고 있다. 광주시 초대 총괄건축가 함인선(60)씨를 만나 건강한 도시계획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광주시 시정 모토가 ‘광주다움’인데 아주 멋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서울 따라 하기로 모든 도시가 서울 주변부입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서울도 다른 도시의 주변부일 뿐인데 바로 이 ‘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광주다움은 도시 공간 비전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좌표입니다.”

함인선 총괄건축가는 “더이상 서울이나 다른 도시의 폐해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공간적인 면에서 광주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보편적 도시공간적 가치가 광주에서 어떻게 드러나느냐, 보석 같은 공공건축물을 지니고 있느냐,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서 못하는 차별적이고 혁신적 정책들을 보유했느냐’ 등이 광주다움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광주가 아파트 숲이 돼가며 도시의 숨결을 잃어가고 있다는 시민들의 비판적 질문을 던지자 그는 ‘공공성’을 강조한다.

“공공성을 살리면서 사유재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 프랑스나 미국 등 선진나라에서는 이미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재개발이 아파트, 그것도 고층 아파트로만 진행되는 나라는 유독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라며 “고층화가 저층화보다 자산가치나 사회성 등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안돼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층화가 재산가치가 있다는 단편적 사고를 벗어날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그는 “5∼6층 저층건물로 제한된 파리시와 고층이 하늘을 찌르는 서울시 중 어느 도시의 용적률이 더 높겠느냐”고 역으로 질문을 던진다. 답은 파리다. 저층인 파리 용적률이 400%인데 반해 서울은 130%에 불과하단다.

도시는 사람 중심공간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고층화는 절대적으로 불합리하다. 조망권 등의 문제 뿐 아니라 ‘커뮤니티 단절’ 등 반사회적인 역기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파트 단지로 상징되는 특정 구역이 블록(단지)으로 차단되면서 길을 끊어버리며 외부세계를 차단한다. 고층화 지역에서 도로는 빨리 지나가는 통로에 불과하다. 사람들간 소통은 불가능해지고 사회적 단절은 당연한 결과다. 용적률도 더 높고 사람 사이의 접점을 높이는 저층재개발은 도시에 활력과 생명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길의 중요성을 깨달아야한다”고 강조한다. 골목길은 도시의 실핏줄이다. 곡몰길에는 여러 집들이 매달려있고 사람들이 만나고 부딪치고 나누는 공공의 장소다. 경계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일상과 모든 비 일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함 건축사는 “공공성이 길에서 시작돼 건축물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한국 건축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공공성의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공공건축물은 닫혀있다. 대중의 접근을 거부한다. 반면 서양의 성당이나 교회 시청사 건물과 공공건축물은 모두 개방적이다. 공공영역이 모두 연결돼 있다.

‘좋은 정부라면 정책을 쓰면서 시민들 사이에 좋은 공공성이 만들어지게 고안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토지의 공공성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은 그의 외국 사례설명에 우문으로 전락한다.

미국같은 자본주의가 신앙인 나라에서도 토지 획득부터 토지이용이나 사용이 사회적 기여를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것이다. 반면 공간에 따라 토지 사용은 까다로운 규제나 토지의 역사가 족보처럼 따라다닌다. 까다롭지만 이용이 예측가능한 점이 한국과 다르다고. 이를테면 공공 보행통로를 만들면 건축 층수를 높여주는 보너스를 제공하는 식의 합의 기구가 있다. 공공에 대한 기여와 사적 인센티브(이익)가 공적으로 전개된다. 함 건축사는 “광주도 미래를 위해 공공성 구축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합의, ‘도시공간을 시장논리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와함께 건축심의 제도의 혁신적 변화도 강조한다.



세계에서 한국처럼 건축가 디자인을 심사하는 나라는 없다. 정작 중요한 건축물의 사회적 역할, 건축과정에서의 준수사항 등은 논의에서 제외되고 디자인을 논하는 건 넌센스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외국에서는 건축과 도시의 관계, 역할, 위치 등에 꼼꼼한 ‘조건’이 주어진다. 도시계획 차원에서 큰 그림이 그려지고 이에따라 까다로운 조건 혹은 규제가 따른다. 단 조건에 합당하면 디자인은 건축가의 자유다.

함 건축사는 “광주에 세계적인 건축물을 구축해 문화시민들의 자존심은 물론 광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다.

‘플리츠커상(건축계의 노벨상)을 꿈꾸는 건축가들이 광주로 몰려들게 해야한다’

현재 시가 계획중인 건축물들에 세계 최고의 건축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시는 ‘상무지구 도서관, 인화학교, 무등경기장 국민체육센터’ 등을 신축할 예정이고 충효마을 이주 단지 조성 계획도 갖고 있다.

그가 구상하는 안은 국제설계공모다. 문제는 이 작은 도시, 작은 규모(예산)에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 하겠느냐다. 그는 자신한다. ‘발주 수준’이 ‘응모작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수준높은 발주에 최고 작품이 나온다. 여기에 최고 심사위원이라면 설명이 필요없다.

함 건축사는 “한국의 한 해 발주되는 공공건축물이 6천여 개로 세계 탑10에 들지만 세계적 건축 잡지에 실린 작품은 서울 DDP가 유일하다”며 “광주에서 그 모델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와함께 건물이 들어설 공간의 역사와 문화를 강조한다. 예를들어 장애인들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인화학교의 경우 새로 들어설 건축물은 그 자체가 지난 시간을 담아내야한다는 설명이다. 발주(요구서)가 중요한 이유다.

충효마을 이주단지는 광주에 새로운 모델로, 광주 모델로 만들 계획이다. 지형을 살리고 지형과 건축물의 앉음새, 도로의 위치, 건물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충효마을만의 색깔을 담아낼 계획이다.

함 건축사는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가 콘크리트 빌딩이 주인이 돼서는 안된다”며 “사람이 중심인, 사람을 배려하는 도시공간, 건축, 공공건축물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

사진=광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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