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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학부모의 힘
입력시간 : 2019. 06.11. 00:00


양승현 월곡중학교 교사

몇 년 전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는 공익광고 카피가 많은 사람들에게 느낌표를 던져주며 유행처럼 사용되던 때가 있었다. 나도 그 광고를 보며, 내가 학부모인지 부모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참된 교육을 위해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런데 학부모가 순기능을 했을 때 얼마나 큰 힘을 갖게 되는지 알게 된 지금 생각해보니 그 광고 문구는 틀렸다. 진짜 순기능을 하는 학부모회는 아이들과 학교에 ‘멀리 보라’하고, ‘함께 가라’하고, ‘꿈을 꾸라’ 한다.

5월 말 학부모 월례회의를 마친 학부모회장이 학부모 담당 교사인 내게 빼곡하고 말끔하게 적힌 6월 중 학부모회 계획을 들고 오셨다. 우선 5월 30~31일 안정되고 예술적인 학교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학교 중앙 계단 올라가는 벽에 라주어페인팅을 하고, 6월 7일 ‘자녀와 소통’을 위한 학부모 교육을 받겠단다. 그리고, 6월 15일 학부모와 함께하는 지역사회 정화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6월 말에는 심폐소생술 연수도 받아볼 계획이란다. 그뿐만이 아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학부모 공예 동아리를 통해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고 꾸미는 것을 배우고, 이후 학년말 꿈끼 주간에 학생들에게 수업을 할 예정이며 학교 공간을 꾸미는 데도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 모든 활동들이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요구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학부모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기획하고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가장 부담스럽게 여기는 시간 중 하나가 ‘학부모와의 만남이나 면담’이었다. 어떨 때는 자녀만을 위해 무리하고 불편한 요구를 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귀가 따갑도록 불편한 불만 사항을 접수해야 하는 때도 있었기에 학부모 면담을 앞두고는 늘 긴장했었던 것 같다. 학부모 관련 업무를 담당할 때는 ‘교사가 왜 학생 교육이 아닌, 학부모 관련 업무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혁신학교에 근무하면서 학부모 담당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학부모가 우리 교육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학부모들과 같은 꿈을 꿔야 학교에서 우리가 펼치고자 하는 꿈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학교 학부모회 대표들은 학부모네트워크 모임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다. 이를 통해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새로운 학력관을 갖고 아이들과 학교 및 교육을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학교 교육의 방향에 대해 이해를 못한 상태에서 의문과 반감을 품은 다른 학부모를 직접 설득하기도 하고, 그분들과의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학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도 한다. 학교를 온전히 믿고 우리 교사들과 같은 방향으로 키를 잡아 힘을 실어주니 학교에서 일을 추진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데 큰 동력이 된다. 그러나 이 분들은 결코 쉽게, 그냥 믿지는 않는다. “선생님, 수요일마다 나눔 수업을 하고 협의회를 하고 계시는 걸 사진과 글을 통해 알고 있는데요, 혹시 그 모습을 영상으로라도 잠깐 볼 수 있을까요?”, “매 달 몇째 주 몇요일에 교장선생님과 학부모 간담회를 열 수 있을까요?” 등의 질문과 요구를 하고, 이를 통해 학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한 후 깊은 신뢰와 연대의 마음을 보여준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학부모회의 요구가 학교를 더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고, 새로운 것을 모색해보려는 시도라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이를 들어줄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을 찾는다. 또한 학부모들의 이러한 요구가 교육활동을 더욱 내실 있게 추진하는 데 큰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학교 중앙 계단 올라가는 1~2층에 라주어페인팅을 해본 학부모들은 발도르프가 이야기한 발달 단계에 맞는 색감에 대한 강의를 듣고는, 이를 통해 안정되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들 수만 있다면 여러 날 나와서라도 학교 전체를 라주어페인팅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실현되기는 어려울 테지만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고 학교 교육에 기여하시려고 하는 우리 학부모님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아 그 마음을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졌다. 학부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내가 정작 내 자녀의 학교에는 학부모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기에 학부모가 시간을 내서 학교 일을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시간을 내서 학교 교육에 기여하는 학부모 활동은 학교 교육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바꾸는 큰 동력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이렇게 학교와 사회를 바꾸는데 노력하는 학부모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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