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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정치적 행복
입력 : 2019년 07월 16일(화) 00:00


20여 년 전, 글로벌 시장개방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농수산품과 공산품 등도 그랬지만 특히 노래와 영화, 만화 등 문화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가장 많았다. 그렇지만 우려 속에 지내 온 20년을 돌이켜보면 사실 시장개방 보다 더 큰 격변을 지내 왔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1997년 IMF 구제 금융과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에 따른 글로벌 금융 위기를 꼽을 수 있겠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잘못 없이 일자리를 잃었고 생존을 위해 자영업에 나섰다가 마지막 퇴직금마저 날려 삶을 달리한 슬픈 사연을 겪었다. 이 순간 절망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해 준 것은 스포츠였다.

야구의 박찬호, 골프의 박세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빙판 위의 요정 김연아가 등장한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모 언론사에서 진행한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 조사에서 국민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인물 최상위에 꼽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정치인과 기업가, 금융인은 물론 법조인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이국종 교수를 제외하고 한명도 없다.

우리 기억 속에는 자랑스러운 2002년 한·일 월드컵도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선수 하나 없는 팀에서 감독 히딩크와 선수들은 전설을 써내려갔고 국민들도 12번째 선수가 돼 마음 속 깊은 붉은 함성을 토해내 4강이라는 전례 없는 성과를 냈다.

최근의 성과를 보면 더욱 경이롭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가 들썩이더니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청소년들의 우상이 됐다. K-pop이라는 단어는 BTS와 동의어가 될 정도이며 여성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는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유일한 K-pop 그룹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토트넘의 손흥민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 정상에 섰고 이강인을 비롯한 20세 이하 축구대표 선수들은 U-20대회 결승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 LA다저스의 류현진은 지난 10일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투수가 된데 이어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초청작 가운데 최고 작품의 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일 이어지는데 국회는 언제 정상화되는지 정치적 행복이 아쉽다.

도철 경제부 부장 douls18309@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