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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박수칠 때 떠나라
입력 : 2019년 07월 18일(목) 00:00


2차대전과 한국전쟁 영웅인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4월 12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전날 워싱턴발 라디오 방송은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 원수를 유엔군사령관, 주일 연합군사령관, 극동 미군사령관, 극동 미 육군사령관 지위에서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맥아더는 자신의 손으로 한국전쟁을 끝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군복을 벗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 의회에서 열린 퇴임연설에서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라는 육사 생도 시절 불렀던 가사를 마지막말로 남기고 병영을 떠났다.

맥아더는 여론에 아랑곳 없이 퇴임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전인미답의 업적을 이룬 지휘관의 퇴임 치고는 너무나 평범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맏형이자 전임 주장인 ‘만루홈런의 사나이’이범호가 지난 13일 광주 한화전에서 은퇴식을 갖고 동료와 팬들의 축하 속에서 19년 동안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범호의 이날 은퇴식은 다양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해태 시절부터 스타들이 즐비했던 타이거즈 구단은 원래 선수 은퇴식에 인색하기로 정평이 났다.

6차례에 걸쳐 열린 은퇴식의 주인공 8명은 모두 타이거즈 자체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었다. 지난 95년 김성한을 시작으로 2006년 이강철 이후 김종국, 이종범, 김상훈, 유동훈, 서재응, 최희섭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범호는 최초이자 유일의 비(非) 타이거즈 출신으로 은퇴식을 치렀다. 강한 개성과 군기로 유명했던 타이거즈는 타 구단에 비해 좋은 선배들이 많았고 언제나 엔트리 면면에 ‘리더’가 팀을 이끌었다. 이같은 요건이 타이거즈를 한국 프로야구 구단 중 최다 우승과 최고 명문구단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좋은 팀과 훌륭한 조직에는 좋은 선배와 리더가 있게 마련이다. 이들은 모두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안다. 맥아더와 이범호의 은퇴는 능력을 떠나 존중도 받지 못한 채 자리에만 연연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까다롭고 어렵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최선을 다 했고 구성원들과 하나가 됐다면 떠나는 것은 영광이며 축복이다.

최민석 사회부 부장 cms20@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