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4(토)광주 5ºC
오피니언 > 기고
기고- 도서관은 진화중
입력 : 2019년 07월 22일(월) 00:00


최경화 광주시립도서관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책 읽기는 조용히 혼자 읽는 것으로 생각한다. 혼자 묵독으로 책을 읽는 방법에 익숙한 독서문화 때문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정숙해야 하는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소리 내어 책을 읽는 음독(音讀) 문화였다. 한밤중 도령의 책 읽는 소리에 반해 옆집 처녀가 담장을 넘어서 도령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책은 소리 내지 않고 읽기보다는 소리 내어 읽어야 더 머리에 잘 들어온다. 시각과 청각을 쓰기 때문에 기억이 더 잘 되고 뇌기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리내어 읽으면 주의력도 더 좋아진다. 소리 없이 읽으면 그냥 흘러버리는 문장도 소리 내어 읽으면 빠뜨리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 이처럼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묵독에서 얻을 수 없는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소리내어 읽으라고 하는 이유다.

유대인들은 전세계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차지하고, 하버드대와 예일대를 비롯하여 아이비리그에 30%를 차지한다. 그들이 법률, 언론, 금융, 경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누구하고도 질문하고 대화, 토론, 논쟁하는 하브루타 독서교육에서 볼 수 있다. ‘하브루타’란 탈무드를 읽고 짝을 이뤄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친구와 대화하고 끊임없이 토론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것이다. 하브루타는 ‘마따호세프’(네 생각은 어때?)에서 부터 시작된다. 이렇듯 대화하고 끊임없이 토론하다보니 시끄럽다. 그런데도 짧은 시간에 비해 의견을 도출해내는 효과는 탁월하다. 이러한 대화와 토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사회성이 높아지고 상대방의 의견에 경청하는 대화방법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유대인의 저력은 일상생활의 독서와 토론 문화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1월 정부는 시민의 참여적 적응력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등 기술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서관을 모색하고자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도서관이 지향하는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이 계획에서 시민의 힘을 키우는 문화서비스와 소통과 토론형 사회적 독서프로그램의 확대를 강조했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읽기 등 독서모임과 토론과 협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열린공간 조성에 앞장서 시민의 삶을 바꾸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은 세상의 모든 지혜가 축적되어 있고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곳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도서관은 이런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방향을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거리상 시민들에게 가까워야 한다. 편리해야 이용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이 가진 정보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문화적으로도 시민이 도서관을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도서관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또 도서관은 지역 공동체가 모일 수 있는 중심에 서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일상에서 시민들이 도서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사직도서관은 열린공간으로서 도서관 역할을 다하고자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생활 SOC사업을 통해 노후된 3층 열람실 일부를 리모델링해 북카페 ‘이음’을 개소했다. ‘이음’은 책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북카페 이음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독서와 대화가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 또한 동아리 모임, 강연회, 영화상영, 미술관련 전시 등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도서관은 더 이상 조용하고 정숙한 곳이 아니다. 도서관은 ‘정숙’을 넘어 책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편안하게 대화하는 시민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