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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판결의 의미와 과제
입력시간 : 2019. 07.24. 00:00


류노엘 변호사(법무 법인 맥)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해당 일본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일본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동했다. 이후 1천100개 품목에 대해서도 ‘무역우대조치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조치를 가시화 하면서 한일간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애초 일본 경제보복의 발단이었던 대법원 판결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원고들은 1923년부터 1929년 사이에 한반도에서 태어나 평양, 보령, 군산 등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이다. 오사카제철소에서 2년간 훈련을 받으며 기술을 습득하고 훈련 종료 후 “한반도의 제철소에서 기술자로 취직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강제 징용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살인적 노동에 시달렸다. 1일 8시간의 3교대제로 12시간씩 일하기도 했고 월 1, 2회 외출에 급여는 한 달 2, 3엔 정도의 용돈에 불과했다. 그 용돈도 계좌에 입금하고 통장과 도장을 기숙사의 사감에게 보관하게 하여 용돈을 제대로 쓸 수도 없었다. 이들은 용광로에서 나오는 철에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살인적 위험을 감내해야 했고 적은 식사량에 구타와 체벌, 민족적 모멸을 견뎌야 했다. 그들은 해방 후 60년이 지난 2005년 2월에야 구 일본제철을 흡수 합병한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강제동원피해자 손해배상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에 1965년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소위 ‘한일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인 점을 비롯 한일협정의 체결 경과와 전후 사정들에 의하면,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이는 점,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아니한 점, 청구권협정의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하였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갑 등이 주장하는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와같이 “일제강점기때 일어났던 모든 피해와 관련된 청구는 한일협정에서 해결되었다”는 일본 정부에게 우리나라 사법부는 법논리에 따른 근거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등이 받았던 피해에 대한 위자료청구는 한일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의 다른 반인도적 불법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나 아돌프 히틀러 우호 발언 뿐 아니라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 나치 휘장, 하켄크로이츠를 공중에 내비치는 것조차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체코를 침략한 날과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일인 9월1일, 그리고 종전날인 5월4일 연속적으로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으며 9월1일엔 아예 공식적 행사에선 전쟁으로 인해 학살된 무고한 타국 국민들에게 묵념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과거사 청산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독일에서 배워야 한다. 사죄와 반성으로 이웃나라와 갈등을 해소해온 독일을 배우라는 것이다. 최소한 일본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판결을 계기로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도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들에 대해서 진정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 최소한 개인청구권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자세전환이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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