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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숨은 주역
입력 : 2019년 07월 24일(수) 00:00


학창시절 연극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저학년 때는 배우로 , 고학년 때는 기획자로서 활동했는데 종합예술의 맛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보통 2개월 정도 연습을 하고 난 뒤 여름 방학이 끝나는 8월 말에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2학년 때로 기억되는데 주인공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던 필자는 아들과의 대화 중간에 침대에 누워 기다리는 장면이 있었다. 무더위 속에서 넥타이와 양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기가 쉽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있던 필자는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연극 시작부터 무대 뒤에서 프롬프터(prompter) 역할을 하던 후배는 잠들어 있는 필자를 깨우기 위해 대사를 반복해서 들려주며 애간장을 태우는 소동이 벌어졌다. 리허설이라 잠깐 연극이 중단되는 사태로 마무리되어 웃으며 넘어간 적이 있다.

프롬프터는 연극 출연자를 위해 무대 뒤에서 대사를 가르쳐 주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에는 연극은 물론이고 영화나 텔레비전의 경우 마이크가 가까이 있고 짧게 나눠 녹화하기 때문에 프롬프터 역할이 줄어들고 있거나 사라지고 있다. 대통령 연설 때 특수 브라운관에 연설문 대사가 나타나는 비디오 프롬프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흔히 조력자, 숨은 주역으로 불린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종반으로 접어 들었다. 화려함을 극치로 유명한 아티스틱 수영과 다이빙, 수구 경기는 마무리됐다. ‘수영의 꽃’ 경영이 본격 메달 레이스에 돌입하고 수영대회 ‘백미’라 할 수 있는 하이다이빙도 무등산과 광주시내 전경을 배경으로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장면 뒤에는 조력자들이 많다.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의 노력과 봉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성공 개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번 수영대회 자원봉사자는 통역 분야 832명을 비롯해 모두 3천126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개·폐회식 의전, 경기장 시상, 안내 등 31개 직종을 맡고 있다.

각 경기장과 선수촌, 공항, 역 등에 배치돼 현장 곳곳에서 행사진행, 수송, 운전 등 크고 작은 일들을 수행하면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진정한 프롬프터요, 숨은 주역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박수를 보낸다.

양기생 문화체육부 부장 gingullove@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