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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아티스트 이종배 “3·1운동 100주년, 미국에 알리고 싶었다”
미국에 독립운동가 벽화 제작
워싱턴·뉴저지·콜롬비아 등
세계 각지서 제안 이어져
“예술도시 광주서 인정받고싶어”
입력시간 : 2019. 08.01. 00:00


비보이 전사에서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광주 프린지페스티벌에 협업작가로 참여해 문화전당 앞 5·18 민주광장 인근 펜스에 선보인 남과 북 양측 지도자와 평화염원 그래피티 작품 모습. 이종배 작가 제공
미국 남동부 조지아州 워너 로빈스시에 유관순열사와 안중근의사의 대형 그래피티 벽화가 등장했다.

워너 로빈스시 사우스퍼우 피트니스 외벽(10×8m)에 등장한 이 작품은 한국의 역사를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작은 이야기거리를 선사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작품은 광주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이종배(42)씨의 작품으로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체육관 내부에 그림을 그려줄 작가를 찾는, 이 체육관 운영자 에밀리야와 조쉬 래드포드 부부의 소식을 접했다. 작가는 재능기부를 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체육관 외벽에 한국의 정신을 알릴 수 있는 의인들 그래피티를 그리겠다는 것.

이종배 작가는 “올 3·1절 100주년을 맞아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인 독립운동가, 그분들의 강한 정신, 위대함을 미국에 알리고 싶었다”며 “오늘날 한국의 발전은 이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 아니냐”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 고난받는 독립운동가의 모습이 아니라 밝은, 의연한 지사의 모습을 담아냈다. 체육관 내부는 래드포드 부부의 요청대로 이소룡, 로키 마르시아노 등의 스타들을 그렸다.

작가의 첫 해외 나들이는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이 작가의 그래피티는 이 도시의 화제가 됐다. 그가 머무는 동안 지역방송에서 연일 화제로 보도하면서 가까운 쇼핑몰을 가도 현지인들이 알아볼 정도였다. 한인사회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현지인들이 찾아와 추가 작품을 논의했다. 소식을 들은 워싱턴과 뉴지저 한인회는 임정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대형 그래피티 작업을 제안했다.

이종배 작가가 지난 30일 본보를 방문해 작품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세옥기자 dkoso@srb.co.kr






또 에밀리야의 고향인 불가리아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함께 스탭으로 참여한 콜롬비아인 작가 로렌스를 통해 콜롬비아에서도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종배 작가는 힙합보이다.

힙합보이 이종배가 그래피티의 길로 들어선건 어쩌면 운명인지 모른다.

팝핀현준, 나관범 등과 함께 크루(Crew)로 서울 홍대를 무대로 비보이 활동을 했다. 10대시절부터 힙합을 인생으로 알며 비보이로 살아온 그가 인생항로를 바꾼건 한 비보이 후배의 죽음 때문이었다. 후배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며 좌절과 깊은 상처를 맛봤다.

새로운 희망을 정립했다. 삶을 사랑하라, 러브 아워 라이브즈(Love our lives). 이후의 좌우명이다.

가련한 후배를 잊지 못하고 틈틈이 닦아온 그래피티로 그를 기리는 그래피티 벽화를 제작했다. 이 벽화를 본 이들이 그에게 작업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재능기부에 나섰다. 간간이 취미로 하던 그래피티는 그의 직업이 됐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을 돌며 육아원 등 복지시설 그래피티 재능기부로 작가의 길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이 알려지면서 법무부와 콜라보로 트릭아트존을 형성하는 등 광주 패밀리랜드 스트리트 아트, 전주 비보이 광장 아트 조성, 한국관광공사 벽화거리 공모 사업 등 굵직한 정부 사업 등에도 참여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광장 주변 펜스를 비롯해 광주에서도 그의 작품을 간간이 만날 수 있다.

강원도 출신의 그에게 이제 광주는 진정한 마음의 고향이다. 예술을 찾아, 그는 “광주시민들과 호흡하고 시민들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광주는 세상에 없는 멋진 도시’라서다. 그가 광주를 특별하게 여기는데는 광주가 지닌, 시민들의 높은 예술적 취향이 자리한다.

‘광주는 독특하고 특별한 도시다.’

한번은 전당 펜스에 그래피티를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그 때 지나가던 할아버지들이 경찰을 혼냈다. “하고 싶은 거 하게 두지 뭘 잡고 그러냐.”

장면 둘, 후미진 초등학교 담벼락에 그래피티를 하다 공무원,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작업의 이유를 듣고 관계자들은 ‘계속 작업하시라’고 권했다.

“이렇게 멋진 도시에서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전업작가로 좋은 작업, 대중의 마음에 기억될 만한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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