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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윤정섭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폐막식 총감독
입력 : 2019년 08월 05일(월) 00:00


“광주가 지닌 열정과 감각, 소중한 유산으로”
시민들의 휴머니즘·예술적 감각
어디서도 따라올 수 없는 놀라움
전 세계로 나아가는 광주예술인들
놀랍고 부러워…이것이 광주의 힘
예술인 재능기부로 치른 개·폐막식
어떤 행사보다 위대하고 빼어나…
윤정섭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폐막식 총감독은 “전세계로 나아가는 광주 예술인들은 놀랍고 부럽다”고 말했다. 윤 총감독이 본보와 인터뷰에서 개·폐막식 뒷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세계 5대 메가 스포츠대회 중 하나인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고 수영 동호인들의 무대인 2019광주세계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로 이어지고 있다. 메가 스포츠 대회 개·폐막식은 전세계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것 못지않게 세계인의 관심거리다. 문화예술 도시 광주에서 전개된 메가 스포츠 대회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은 윤정섭(69)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를 만나 개·폐막식의 뒷 이야기를 들어본다.



"광주는 어마어마한 도시입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민주광장, 분수대 등 광주의 모든 공간은 빛만 비춰도 그 자체로 예술이 되고 공연이 됩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무엇보다 광주는 '광주시민' 그 자체로 문화예술 도시이고 모든 것입니다."

윤정섭 총감독은 이번 개·폐막식의 소회를 묻자 대뜸 무한한 가능성으로서의 광주를 이야기한다.

'광주시민들이 지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랑, 예술적 감각'은 세상 어느 도시도 따라갈 수 없는 놀라움 그 자체라는 감탄이 이어진다.

그가 이토록 감격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내는데는 '평생을 짝사랑'해온 도시 광주에서 공연을 펼쳐보이게 됐다는 것에 대한 소회가 진하게 묻어난다. 광주가 지닌 어마어마한 무게감 때문에 감히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광주라는 도시, 광주시민들의 위대함을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다 막상 광주라는 공간으로 들어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중한 광주를 제대로 읽어낼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역시 그의 두려움을 일거에 해소시키고 놀라운 감동을 안겨준 이도 광주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남았을, 폐막식의 마지막 피날레. 공연이 끝날 무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의 빅도어가 열리면서 하늘이 열리고 극장 앞 마당이 펼쳐졌다. 공연진이나 FINA 관계자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구경나온 시민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펼쳐보인 신명난 한판 마당굿이라니.

윤 총감독은 "광주에서는 감히 예술을 따로 이야기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 정철의 성산별곡을 던져 놓는 순간 이를 이어가고 즐기고 해석해내는 것은 바로 광주시민들이다"라고 말한다. 자신은 그저 광주에 있는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고 이를 완성시키고 예술로 승화시킨 것은 바로 광주-시민-라는 설명이다.

거기에는 뭔가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예를들어 서울이나 부산이나 어느 도시에서도 예술인들이 자신을 '서울 예술가'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광주 예술인들만이 '광주작가'라고 말한다. '광주예술인'들은 광주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세계 속에서도 '광주'라는 형용어를 간직한다.

'놀랍고 부럽다'는 윤 총감독은 "이런 게 광주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찬가는 이어진다.

광주는 보물창고다. 도시 곳곳에 예쁜 공간들이 남아있다. 각각의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한 공간들이 발길 닿는 곳마다 있다. 예를들어 예술의 거리에 있는 중앙초등학교. 어떻게 도시 한 복판에 오래고 낡은 건축물이 남아있는지 놀랍다.

이런 놀라운 도시에서 평생을 살아온 시민들 앞에 어찌 예술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조심스럽고 두려운 발걸음이었다.

그가 광주와 인연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한예종 교수이자 시인인 황지우와의 인연으로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오월의 신부'를 무대에 올릴 기회를 가졌었다. 이번 개·폐막식도 큰 얼개와 정신은 황지우 시인의 힘을 빌렸다. 그렇게 1980년 민중항쟁의 정신이 어린 도청앞 분수대를 개막식 얼굴로 끌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 개·폐막식은 그의 말대로 광주예술인들이 해냈다.

이이남이라는 광주의 세계적 미디어아티스트가 개막식 미술감독을 맡아 황영성·한희원·우제길 등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선보였고 손봉채 작가는 폐막식 미술감독을 맡았다. 무엇보다 조선대 공연예술학과 임지형 교수와 송원대 실용예술학과 서영 교수가 무대 안무를 맡아 학생들과 무대를 꾸몄다. 광주여대 항공서비스학과가 피켓 퍼포먼스를, 송원대 뷰티예술학과는 분장을, 조선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가 의상을 맡는 등 지역 예술인과 학생들이 모두 도맡았다. 놀라운 건 이들이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자원봉사자들과 똑같은 처우로 이 모든 일을 해냈다.

'열정페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에 윤 총감독은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처우를 한 다른 어떤 행사보다 위대하고 빼어났다"고 감탄을 자아낸다. 참여한 예술인들, 학생들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은 감히 다른 도시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문 예술인들의 역량과 열정도 놀랍지만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더 감동적이라고 덧붙인다. 폐회식 마지막 마당굿은 전문 예술인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나 다름없는, 진도북춤보존회 회원들이다. 이들 역시 자원봉사로 한판 멋드러진 무대를 만들어냈고 그 무대에 구경나온 시민들이 주연으로 함께 한 것이다.

그가 광주에 바라는게 있다. "이 도시가 지닌 이런 열정과 감각을 도시의 자산으로 만들어가면좋겠다"고.

꼭 이어갔으면 싶은 것은 바로 도청앞 분수대의 물이다. 개막식때 전세계 150여개국의 물을 합해 하나의 분수로 솟구쳐 오른 분수대 물은 광주정신과 세계 평화와 화합의 스토리를 간직할 뿐 아니라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유산으로도 의미가 있다. 몇 바가지의 물을 계속 몇 십년, 몇 백년이고 이어가 150여개국 물이 합해진, 광주수영대회의 물로 세계인이 찾는 공간으로 남으면 좋겠다.

'광주는 복 받은 도시'라는 윤 총감독은 "광주가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돼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민주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광주를 어린아이들의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노력을 이어가야한다"고도 덧붙인다.

예술과 역사, 문화가 함께 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당초 광주과학기술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개막식에 선보이고 싶었던 AI로봇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선보이지 못했다. 광주예술과 과학기술의 역량을 마음껏 보이지 못한 점은 아쉽다. 광주광기술원이 LED기술을 선보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팀이 연대한 로봇의 향연은 아쉽게 만나지 못했지만 이 한 무대를 위해 지역 전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그는 "짝사랑하는 연인을 마침내 만난 것 같은 설렘 속에 광주에 대한 감사함과 그리움을 간직하게 됐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