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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다시 ‘백범일지’를 펼치며
입력 : 2019년 08월 05일(월) 19:00


김지선 무등중학교 교사

지난 2일 일본정부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심사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올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후 거의 한 달 만에 내린 결정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를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규정하고 일본 상품 불매는 물론 더 나아가 경제적 주권과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일본의 경제도발 관련 뉴스를 들으며, 폭염보다 더 짜증나고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의 행태는 그야말로 ‘도발’이며 또 다른 형태의 ‘침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수석대변인 홍익표 의원의 입에서 ‘국제 사회의 상식과 원칙마저 저버린 채 과거 군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힌 아베 총리의 모습에서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진주만 공습을 주도하여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군인이자 정치인)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하다’고 했을까?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보이콧 재팬’ 운동이 거세다. 일본 제품은 ‘사지도 말고, 먹지도 말고, 가지도 말자’는 이른 바 불매 운동이다. 불매해야 할 일본 제품을 공유하는 ‘노노재팬(NoNoJapan)’ 사이트에 등록된 일본 제품은 지난 7월 기준 60여 개에서, 현재 130여 개로 늘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단순 일본 수입제품 뿐만 아니라 일본산 원재료가 들어가는 품목까지 불매운동에 포함시키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의 확산으로 일본 여행객이 줄면서 국내 항공사는 일제히 일본 노선 좌석 축소나 운항 중단을 하고 있으며, 하늘길에 이어 뱃길도 더욱 축소될 전망이라고 한다.

교육계도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8월 4일 성명을 통해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행위는 착취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자 명백한 경제 침략이며 과거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길 없는 일본 정부의 역사의식에 매우 큰 실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교육 현장 곳곳에 남아있는 친일잔재 청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계기교육 수업자료 개발에 신속히 착수하고, 9월 개학과 동시에 모든 학교에서 현장 계기수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광복 후 제대로 된 역사의 길을 걷지 못해 뒤틀리고 왜곡된 부분을 다시 바로 잡으려 하니, 내부의 반발과 일본의 도발로 인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과거사는 바로 잡아야 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은 지속되어야 한다. 작금의 경제침략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억울하게 끌려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원통한 사연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역사 교사는 아니지만 필자도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방학 후에 아이들과 어떻게 이 사건을 이야기 나눌지 고민이 많다. 고민 끝에 ‘백범일지’를 펼쳐, 말미에 실린 ‘나의 소원’을 다시 한 번 읽어 보며 마음을 다진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우리의 용모에서는 화기가 빛나야 한다. 우리 국토 안에는 언제나 춘풍(春風)이 태탕( 蕩)하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 국민 각자가 한번 마음을 고쳐먹음으로써 되고, 그러한 정신의 교육으로 영속될 것이다.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는 우리 민족의 각원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