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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소가 웃을 일
입력 : 2019년 08월 05일(월) 19:00


“개똥아! 아~이 개똥아!” 아침부터 옆집 아짐 목소리가 우렁차다.

“아니 요놈이 어딜 가불었다냐. 언능 누렁이 끄꼬가서 풀 맥일 생각은 안허고.”

돼지와 함께 소는 시골집 어디나 큰 밑천이었다. 송아지를 낳으면 생활비는 물론 자식들 학비가 되고 또 어미 소는 시집, 장가를 보낼 수 있을 만큼의 큰 재산이었던 탓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여름이면 항상 싱싱하고 좋은 풀을 먹이고 겨울이면 행여 춥고 소화 안 될까 여물을 끓인다. 때문에 일찍 서둘러야 풀 좋은 명당을 차지하지만 친구들과 놀고 싶은 아이들은 항상 귀찮아 아침마다 실랑이다.

동네 산허리나 산 아래, 좋은 풀이 많은 곳에 소를 묶어 놓은 뒤 집에 다시 오면 다른 일 시킬 게 뻔해 오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무료함을 달랠 일도 딱히 없어 가만히 있는 누렁이를 때리거나 작은 돌로 엉덩이에 표시한 표적을 맞추는 게임을 하는 등 못된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결국 친해 질 수밖에 없다.

대화는 아니어도 껌뻑껌뻑 움직이는 커다란 눈망울을 보면 푹 빠져 버릴 것 같고 편안히 누워 되새김 질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도 편해진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누렁이나 나나, 표정으로도 서로를 읽어 낼 수 있게 된다.

사실 관심 없는 듯 먼 산, 먼 하늘만 바라보며 한없이 되새김질만 하는 누렁이지만 아버지는 물론 키 작은 나에게도 무척 살갑다.

동네 소가 모두 섞여 있어도 누렁이는 바로 찾아낼 수 있지만 한 가지 의문은 만족스런 표정 이외에 기쁨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돼지도, 염소도, 개도 활짝 웃는 모습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이미 죽은 누렁이가 다시 살아, 웃을 일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 대전 일으켜 무참히 죽인 사람이 얼마이고 또 사람을 생체 실험하거나 꽃 같은 소녀들의 청춘을 짓밟아버린 만행에 대한 반성은커녕 역사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일본이다. 나라 간의 협상이 개인보상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상절차가 끝났다. 국제법상 약속을 지키라”며 무역보복 하는 모습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독일은 히틀러에 ‘히’자만 나와도 범죄 취급하는데, ‘욱일기’ 내세우며 반성 없는 일본의 행태를 보면 ‘누렁이가 웃을 일’이다.

도철경제부부장 douls18309@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