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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일본에게 할 말 하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것들
입력 : 2019년 08월 07일(수) 00:00


김종귀 변호사 (법무 법인 21세기)

일본은 반도체 핵심부품을 팔지 않겠다고 한다. 한국의 효자수출품 반도체에 타격을 주겠다는 으름장이다. 더 나아가 한국은 더 이상 백색국가가 아니라고 한다. 이제 한일양국은 우방이 아니라는 뜻이다. 강제징용, 정신대로 연상되는 식민지시대가 엊그제 일이다. 그 시대를 몸소 겪었던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다. 좀 더 먼 과거로 가 보면 임진년 왜란의 아픔도 있다. 한일관계에 가장 많이 영향을 주는 요인이 식민지배, 임진왜란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일간 갈등 및 증오의 문제는 다른 나라와의 그 것과 차이가 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한국인이 일본, 일본인을 마음껏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내 보여도 된다는 점이다. 한국인이 일본을 혐오하는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더라도 한국내에서는 용서가 된다. 평범한 한국인이 미국을 미워하는 감정, 중국을 싫어 하는 마음을 강하게 드러낸다면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킬까. 동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판을 넘어 비난의 화살을 되돌려 받을 각오도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을 욕하면 그런 비난을 두려워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국가 사이의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간 갈등상황에서 피해자이더라도 가해자를 마음껏 조롱한다면 그 역작용이 우려되기에 분노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점쯤은 평범한 사람도 다 알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배는 불과 80여년 전까지도 계속되었다. 매우 최근의 일이다. 멀쩡한 조선남자들이 머나먼 중국, 태평양, 동남아 등지로 끌려 가서 목숨 걸고 전쟁을 수행해야 했다. 조국 조선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일본을 위해서 말이다. 오늘의 한국인이 맘 편하게 일본을 욕해도 되는 원천이다. 500여년 전 병자년 호란에서 중국은 조선남자를 끌고 가 명청전쟁의 소모품으로 활용했다. 조선여자는 환향녀라는 말이 새로 생길 정도로 끔찍한 일을 체험해야 했다. 일본의 식민지배는 80여년 전의 일이고 병자호란은 500여년 전의 일이어서 오늘의 한국인이 일본, 중국 두 나라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도 될까.

피해자가 가해자를 비난하고 분노하는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장려되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다수의 피해 사이의 분노표출의 균형을 유지하고 안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식민지배, 임란중의 만행은 결코 용납되지 못할 일이기는 하지만 병자호란 및 고구려, 백제 멸망 등 중국의 그 것과 균형을 유지한 상태로 분노해야 한다. 일본이 가해자이면서 우리의 분노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국가 사이의 감정해소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의 아픈 역사로 인한 묵은 감정 풀어 내는 것과의 균형도 생각해 볼 때다. 1980년 광주의 상처, 1948년 제주의 슬픔, 여기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었다. 하지만 광주, 제주의 피해자가 마음껏 가해자에게 할 얘기를 하고 있는지 반문해 보자. 일본에게는 마음껏 욕해도 되지만 중국에게는 그리고 80년 광주, 48년 제주에서의 피해자들은 눈치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해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를 둘러싼 4대 강국에게 좀 더 당당한 원칙을 말하고 우리 내부 현대사에 대해서도 일본에게 하듯이 할 말 하는 세상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