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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내부의 적(敵)
입력 : 2019년 08월 07일(수) 19:30


“대일본제국은 패전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인들이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여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들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 조선인들은 서로를 이간질하며 노예적인 삶을 살 것이다. (중간 생략).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1945년 9월 8일 미군이 남한에 들어온 뒤 항복문서에 조인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아베 노부유키의 고별사다.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마지막 총독이었다. 그렇게 예언했던 그가 돌아왔다. 지난 2일. 그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베 신조를 통해서였다. 딱 74년 걸렸다. 아베 노부유키가 염려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는데 걸릴 100여년’이란 시간이 채 채워지기 전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엔 경제를 무기로 삼았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 배제 결정이 그것이다. 일종의 전쟁 선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군대를 앞세웠건, 수출규제를 앞세웠건, 본질은 침략이다.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이유다. 이미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겉잡을 수 없는 들불이 됐다. 성명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촛불도 다시 밝혀졌다. 해외동포들의 규탄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제2 독립운동이다.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국민적 몸부림이고 절규다.

늘 모리배들은 있는 법이다. 아베 노부유키는 바로 이를 간파했다. 일제 강점 과정에서도 그랬고, 독립운동 과정에서도 그랬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나 국산부품 자력갱생운동은 퇴행적” “국민의 저급한 반일감정” “우리 일본” 등. 일부 정치인들의 낯뜨거운 상황인식이 우려스럽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모르겠다는 비난이 그냥 비난으로만 들리진 않는다. 74년전 내질렀던 아베 노부유키의 오만한 호언장담이 섬뜩하다.

“나에게 한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중민주를 배신한 매국노 배신자를 먼저 처단할 것이다. 왜? 왜놈보다 더 무서운 적이니까.” 백범 김구 선생의 일갈이 새롭다. 진짜 적(敵)은 내부에 있다.

윤승한 사회부장 shyoon@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