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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 “예상치 못한 사전검열…유감 넘어 분노”
입력 : 2019년 08월 08일(목) 00:00


‘그것이 알고 싶다’ 故 김성재편 방송금지가처분 인용 비판
“시청자·국민 판단 기회 박탈 당해”
‘대법원 판결 의문 제기 차단’ 의혹
故 김성재의 사망 미스터리를 다룰 예정이었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편. SBS 방송화면 캡쳐
한국 PD연합회가 SBS TV 시사교양물 ‘그것이 알고싶다’의 가수 김성재(1972~1995) 편 방송금지가처분 인용을 비판했다.

PD연합회는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국민들은 이 프로그램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방송금지가처분을 받았는지 직접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가처분 신청인 김모씨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언론의 공익적 노력은 마땅히 필요하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5일 이렇게 밝혔다.

“법원은 기획의도에 진정성이 없다고 단정, 제작진의 양심을 판사가 임의로 규정했다. 제작진을 모욕하고 깊은 좌절을 안겨줄 수 있는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면, PD들의 명예와 인격도 조금은 존중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PD연합회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자기 목적을 위해 공정성과 균형성을 팽개칠 정도로 상식에서 벗어났다는 법원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작진은 김씨에 대한 무죄 판결 후 나온 과학적 성과인 연구 논문과 복수의 법의학자 인터뷰를 인용해 정당한 의문을 제기했고,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PD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작가들과 토론하고 데스크의 의견을 구하며 5개월 동안 자료조사와 취재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항변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달 27일 방송 말미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관련 예고편을 공개했다. 이후 김성재의 옛 여자친구인 김씨는 채권자의 명예 등 인격권을 이유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이를 인용했다.법원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처분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PD연합회는 “재판부가 방송금지가처분을 인용한 가장 큰 이유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재판부가 ‘재심제도의 개선을 모색한다’는 기획의도를 전면 부정한 것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법부의 분위기에 영합한 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날 SBS PD협회도 성명을 내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사전검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라 불릴 만큼 의혹투성이였던 당시 재판을 언급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재판부의 결정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영국, 스위스 등에서는 재판 후에도 의문사로 남는 수많은 사건의 증거를 훗날 발전된 과학으로 재평가한다. ‘피해자 중심의 재심’(불이익 변경 재심)이라는 제도의 뒷받침을 통해 사법적 심판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요청을 반영, 공익적 논의의 필요성을 방송의 기획의도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관련법 개정안 발의 준비까지 포함해 방송을 준비했다며 “이번 방송금지 결정이 수많은 미제사건, 특히 유력 용의자가 무죄로 풀려난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갖게 된다”고 토로했다.

듀오 ‘듀스’ 멤버 김성재는 1995년 11월20일 서울 홍은동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김성재의 팔과 가슴에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고, 시신에서는 동물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됐다. 당시 A는 용의자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