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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주년 광복절]광주 전남 학교 친일잔재 청산 어디까지
입력 : 2019년 08월 14일(수) 16:58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이같이 피력했다.

광복 74주년을 맞은 지금도 광주·전남지역 곳곳에는 친일잔재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교육현장인 학교에 자리한 친일잔재 청산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시대적 소명이자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지역 학교 곳곳에 자리한 친일잔재 청산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친일잔재 청산은 광주와 전남 모두 기초조사를 마무리한 상태며, 세부조사 등을 거쳐 가능한 3·1만세운동 100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인 올해 안에 철거작업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14일 광주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제1차 추경을 통해 학교 내 친일잔재 청산사업비를 확보한데 이어 최근 일선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교가와 교표, 교기, 교목 등 학교상징물은 물론 기념비나 시설 등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 140여 개 학교에서 317건의 친일 잔재 의심사례가 접수됐다.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 가이즈카 향나무 등 학교를 상징하는 교목이 상당수에 이르고, 욱일승천기를 연상케하는 학교 깃발, 친일작곡가가 만든 교가, 일본식 기념비 등도 청산 대상으로 지목됐다.

일부 사학 법인의 경우 일본식 법인 명칭이 도마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덕고와 대동고 등 일부 학교에선 교가를 이미 교체했고, 몇몇은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며, 교목을 소나무나 은행나무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시 교육청은 올 상반기에 구성된 ‘친일 잔재 조사 및 청산 TF팀’을 중심으로 늦어도 오는 9월 중순까지 구체적인 조사를 마무리하고 중간보고회를 가진 뒤 이르면 11월까지 철거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각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버 학교역사관’에 친일 잔재 관련 자료를 게시하도록 하고 친일 잔재 기념비와 건축물, 동상 등은 존치시킨 뒤 ‘다크투어리즘’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광주에서는 2016년 친일인사 김백일(일본식 이름 가네자와 도시미나미·1917∼1951)의 이름을 따 논란이 된 백일초의 학교 이름이 ‘성진초’로 개명되는 등 학교 내 친일 잔재 지우기 작업이 산발적으로 이뤄져오다 올해초 광주교대 산학협력단의 친일 잔재 조사용역 결과와 역사교육 활성화 조례 등을 근거로 본격화됐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학생독립운동 90주년과 연계해 식민 잔재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세밀한 검증을 거쳐 변경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도 교육청도 올 상반기 1차 전수조사를 통해 교가와 석물(표지석, 흉상 등), 생활규정 등 친일 잔재 115건을 공식 확인한 후 청산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동진, 김성태 등 친일음악가가 작곡한 교가가 18개교에 달했고, 33개교에서는 일제충혼탑과 공덕비 등을 모방한 일본식 석물이, 64개 학교에서는 일제식 생활규정이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 교육청은 이같은 잔재 외에도 일제강점기 흔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현장점검을 거쳐 본격적인 청산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친일 잔재 청산이 어린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데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한 친일잔재 청산을 위해서는 이같은 교육현장 곳곳의 잔재 정리와 함께 학생들을 위한 계기수업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이와관련,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기림의 날), 15일 광복절을 맞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위안부’ 피해자 관련 역사적 사실과 전쟁 중 여성인권 문제를 바로 알 수 있도록 각 시·도교육청과 대학에 계기교육을 독려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전국적인 기림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이달 말, 늦어도 9월 초까지 또는 개학 이후인 9월 초까지 각 초중고와 대학에서 계기교육을 당부했다.

교육부는 우선 계기교육 수업 등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e-역사관(hermuseum.go.kr)에 탑재된 여성가족부 제작 자료를 활용하도록 안내했다.

e-역사관 자료로는 영상자료 ‘진실’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야기(초등학생) ▲할머니와 우리가 꿈꾸는 세상(중학생)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실·책임·기억(고등학생) 등 파워포인트(ppt) 교육자료 등이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리는 기림의 날 기념식 행사 참석을 비롯해 각 지역별 기념관, 소녀상 등 현장학습처를 방문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 기림의 날과 광복절이 여름방학 중인 만큼 학생들이 ‘나비’ 기림 뱃지 달아주기, 작품전시회, 자선행사 등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홍보캠페인에 참여하거나 가족단위로 나눔의 집 또는 소녀상 방문 등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홍보에 힘써달라고 안내했다.

정부는 지난 9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학교부터 시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동북아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동북아역사재단 등 역사 유관기관에서 추진하던 시민 역사교육과 동북아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추후 확대·개선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광주시교육청 등 교육당국도 이같은 교육부 방침을 토대로 일선학교에서의 계기교육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친일잔재 청산을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와 교육 분야에서의 극일(克日)을 위해서는 유적과 유산 위주의 청산작업과 함께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일선 학교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또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관련 교육 매뉴얼 마련과 미래지향적인 역사모델 수업 콘텐츠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오는 9월부터 일선 학교에서 계기수업을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를 늘릴 것”이라며 “미래 주역인 학생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역사를 판단하고 역사관을 세우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