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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시민사회 힘모아 친일잔재 청산 시작
입력 : 2019년 08월 14일(수) 18:23


행정 교육 강점기 피해자 시민·학생 함께해 의미
흔적 없애는 대신 존치시켜 단죄비로 시시비비
아픈 과거도 역사, 식민통치 정의 바로세우기
광역 최초, 민주인권도시 위상 다시 한번 정립
광주공원에서 일제잔재 청산 단죄비 설치가 열렸던 지난 8일 양금덕 일제강제징용피해자(사진 가운데 빨간 상의) 할머니와 이용섭시장(사진중앙)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 등이 친일인사 선정비를 한데 모아 설치한 단죄비를 둘러보고 있다.


해방 74주년을 앞둔 지난 8일 광주에서는 역사적 움직임이 있었다.

광주시가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상징적 작업에 나섰다. 이날 광주공원에서 일제 강점기 일본 잔재물에 대해 단죄문을 설치하는 제막식을 가졌다. 단죄문 설치는 전국 광역단체 최초다.

광주시의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생활속 일제잔재 청산을 요구해온 광주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한 민·관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일제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일제 강점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느때보다 높아지는 가운데 광역단위에서 보여준 무게감 있는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민주인권 도시의 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죄문은 일제 잔재 시설물을 없애버리지 않고 친일 인사의 행적 등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기록해 시민과 후대에 과오를 알리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광주에 있는 친일 잔재 물 중 대표적 잔재물이 일제 강점기 때 일본천황을 신으로 모셨던 ‘광주신사’가 있었던 광주광역시 제1호 공원인 ‘광주공원 계단’이다. 광주공원의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비를 찾아가기 위해서 오르는 계단이 일제강점기 신사계단이다. 이와함께 공원에 모셔진 사적비에는 친일인사 윤웅렬·이근호·홍난유의 선정비가 있다.

이날 행사에서 광주공원 계단에 ‘일제 식민통치 잔재물인 광주신사 계단입니다’라는 문구를 붙이고 신사제단의 계단임을 알리는 단죄비를 설치했다. 이와함께 윤웅렬·이근호·홍난유의 선정비를 뽑아 한 곳으로 모아 그 앞에 단죄문을 설치했다. 그동안 광주 시민사회는 “임진왜란 당시 광주 목사로 재직 중 이치대첩에서 대승을 거둬 조선 최고사령관으로 행주대첩에서 왜군을 물리친 도원수 권율 장군을 칭송하는 비와 친일을 일삼은 자들의 치적을 홍보하는 선정비와 함께 있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단죄비 등을 주장해왔다.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수록된 윤웅렬과 이근호는 구한말 전남도 관찰사 재직 때 선정을 베풀었다며 선정비를 세웠으나 모두 친일행적이 드러난 인물들이다. 홍난유는 1905년부터 1913년까지 광주 군수로 재임하면서 의병 진압과 강제병합에 기여한 공로로 일제로부터 ‘한국병합기념장’을 받은 친일 인사다

이밖에도 화순 너릿재 공원에 있는 시비 ‘무등을 보며’가 친일시인 서정주의 시를 담고 있다. 또 사직공원 인근 양파정에 걸린 친일인사 정봉현·여규형·남기윤·정윤수의 현판, 서구 세하동 만귀정 습향각에 설치된 친일인사 신철균·남계룡 현판도 친일 잔재물로 확인됐다.

무형의 잔재물로는 전남대가 친일 작곡가 현제명의 곡을 교가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친일작곡가 김동진 김성태 이흥렬이 작곡한 교가를 광주지역 18개 대학과 중·고등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군사시설이었던 지하동굴과 신사 참배를 위한 광주공원 계단, 송정공원 옆 송정 신사의 참계, 신목, 석등룡기단 등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동안 시는 친일잔재조사TF팀을 운영하고 ‘광주친일잔재조사 용역’을 광주교대산학협력단(단장 김덕진교수)에 맡겨 최종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역사적 첫 발을 내디뎠다.

시는 이 가운데 국·공유지에 위치한 25개 일제 잔재물에 단죄문을 우선 설치하고, 사유지에 위치한 잔재물은 소유자와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윤목현 시 민주인권평화국장은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물에 대한 단죄문 설치는 식민통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친일을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민주인권평화도시 광주는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데 앞장 서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박지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