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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의 역사' 지역 근대유산을 세계 문화자원으로 9. 강진 병영 돌담
입력 : 2019년 08월 27일(화) 15:53


고즈넉한 돌담길…세월의 흔적 켜켜이 품는다
지난 2006년 근대문화재 164호 지정등록
하멜 일행이 7년간 머물려 축조방식 전수
빗살무늬 형태 ‘독특’ 문화적 가치 높아
발전협의회와 함께 돌담 등 복원 ‘주목’
강진 병영 돌담길은 옛 고향의 향취를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정감의 장소다.
황토로 지그재그 쌓아올린 독특한 모양의 돌담길.

아파트 숲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고즈넉한 돌담길은 도시를 벗어나 옛 고향의 정감있는 향취를 있는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정감의 장소다.

돌담을 기어오르는 초록빛의 담쟁이 넝쿨부터 시커먼 돌을 까맣게 뒤덮은 이끼에 이르기까지 돌담에 깃들어 있는 모든 것이 싱그럽다.

이제는 시나브로 사라져 문화재로 지정돼야만 겨우 보존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누구나 함께 걸으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마을 주민들이 대 이어 전승

지난 22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찾은 전남 강진. 이곳에는 고즈넉한 돌담이 매혹적인 병영 돌담길이 있다.

강진 병영 돌담은 조선시대인 1653년 표류한 네덜란드인 핸드릭 하멜 일행이 7년간 병영에 머물며 마을 주민들에게 담쌓기 방식인 빗살무늬 기법을 전수해 축조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이뤄 높은 문화적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돌담길은 마을 주민들이 대를 이어 직접 무너진 돌담을 보수하고 관리하며 골목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남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돌담을 하멜일행에서 전수받았다는 내용을 담아 ‘하멜식 돌담’이라고 칭하고 있다. 빗살무늬 기법은 흙과 돌이 15도 정도 눕혀져 엇갈리게 지그재그 모양으로 쌓은 ‘빗살무늬 토기’ 모양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담장 아래쪽은 일반 돌담처럼 큰 돌을 쌓아 올렸지만, 그 위에 작은 돌은 약간 눕혀 촘촘하게 쌓고 위층에서 다시 엇갈려 쌓아놓는 방식이다.

빗살무늬 담장은 일반 담장에 비해 작업이 편하고 견고하게 맞물려 현재까지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다.

일반적인 담장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돌담 구조와 방식에 문화재청은 지난 2006년 강진 병영 돌담을 근대문화재 제 164호로 지정등록했다.

강진 병영 돌담길은 장장 1.8㎞에 이른다. 특히 돌담의 높이는 일반 돌담에 비해 높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큰 2~3m에 이르는 곳도 있다. 이는 병영성에 주둔하는 병사들이 일반 가정집을 넘어보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전해진다.



◆병영성과 함께 관광자원으로

병영 돌담길은 조선시대 전라 병마절도사가 주둔했던 전라병영성과 하멜 전시관 등과 함께 강진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라병영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년)에 설치돼 고종 32년(1895년) 갑오경장까지 조선시대 500년 가까이 전남과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의 총지휘부였다.

지난 1894년 동학농민운동으로 병영성이 함락돼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이듬해인 1895년(고종 32) 복구되지 못하고 폐영되는 아픔도 겪었다.

당시 병영성에는 1천889개의 가옥과 5천973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시대 서남부의 군사 본부로 방어기지와 육군 지휘부가 있었고, 제주도에 표류 중이던 네덜란드인 하멜이 이곳에 압송돼 억류되기도 했다.

하멜의 흔적은 하멜기념관으로 연계돼 남다른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진군은 하멜 일행이 머물던 병영 일대를 ‘하멜권역’으로 분류해 하멜기념관을 만들어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강진 병영에 거주했던 당시 하멜의 흔적과 기록,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린험시에서 기증한 동상 등이 전시돼 있다.

하멜과의 남다른 인연으로 강진군은 네덜란드 호린험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하고 있다.

병영성을 중심으로 한 병영축제도 매년 개최돼 병영 돌담길에 대한 문화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병영축제는 지난 4월 개최돼 지역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관광객 3만여명이 몰리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는 전라병영성 국악콘서트 뿐만 아니라 차전놀이, 궁중 줄놀이를 계승한 박회승 명인의 전통 줄타기 공연, 조선병졸 의복체험, 상평통보 환전, 병영 전투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돼 높은 호응을 얻었다.

병영축제 기간동안 병영 돌담길에서는 돌담의 옛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도보체험 행사가 함께 마련돼 관광객들이 문화자원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강진군, 종합정비구역 지정 보호

병영 돌담길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지만, 돌담 곳곳 훼손의 흔적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에도 병영 일부 돌담에는 시멘트 벽돌을 쌓아올리거나 마감을 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돌담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시멘트로 덧바른 흔적도 많았다. 소중히 아끼고 보존돼야 할 지역 문화유산이 훼손·방치된 안타까운 현장이었다.

강진군은 병영 돌담을 보존관리하기 위해 당초 문화재 지정에서 누락된 돌담을 포함한 종합정비구역을 지정해 문화재 보존 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일부 시멘트로 마감처리된 돌담을 ‘하멜식 담장’으로 보수 작업을 거쳐 재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마을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발전협의회와 함께 병영 돌담이 근대문화재로서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

박병규 강진 병영 발전협의회장은 “300년의 세월이 담긴 병영 돌담이 훼손되지 않고 문화재로 보존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특히 병영성 복원과 발맞춰 병영 돌담길이 현대를 넘어 미래 강진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제 강진군 문화유적팀장은 “병영 돌담길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종합정비구역으로 확대 지정해 보존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병영 돌담길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옥경기자 okkim@srb.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