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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痛恨)의 역사’ 지역 근대유산을 세계 문화자원으로 10. 구 곡성역
입력 : 2019년 09월 03일(화) 18:21


전남 동부 물류·교통 잇는 간이역…수탈 아픔 ‘오롯이’
지난 1933년 개설…66년간 운행
2004년 등록문화재 제122호 지정
맞배지붕·대합실 등 보존가치 높아
문화콘텐츠 확대 세계유산 거듭나야
구 곡성역은 일제강점기 섬진강 모래 등을 실어 운반한 간이역으로, 수탈 현장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문화현장이다.
근대 철도와 역사(驛舍)는 일제강점기 수탈과 탄압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한 우리의 지난한 역사의 흔적이다.

지난 1896년 일본 경인철도주식회사가 제물포에서 노량진 사이 33.2㎞에 이르는 철도를 완성한 이후 우리나라에는 경부선, 경의선, 전라선, 경원선이 잇따라 개설됐다. 일제가 쌀 등 수탈한 물자를 옮겨 실어나르기 위한 간이역 설치는 필수였다. 곡성에 자리잡은 구 곡성역 역시 지난 1933년 전라선 철도를 잇는 간이역으로 개설됐다.

현재는 폐선돼 기차가 운행되지 않지만, 당대에는 순천 등 전라도 동부 지역의 중요한 물류와 교통을 담당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됐다. 특히 맞배지붕 등 구 곡성역이 품고 있는 남다른 특징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자원으로 보존가치가 높다.

◆1930년 개통된 간이역

지난 8월 25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찾은 구 곡성역.

이곳은 지난 2004년 12월 등록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지난 1930년대 표준형 역사건물로 원형이 잘 보존돼 근대문화 유산으로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 특히 대합실 등이 그대로 보존된 근대 풍경은 관광객들에게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구 곡성역은 지난 1914년 익산~순천을 오가는 전라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19년이 지난 후인 지난 1933년 10월 15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간이역이다. 폐역되기 전까지 66년간 기차가 다닌 간이역으로 중추적 역할을 했다.

개통 당시에는 곡물과 섬진강의 모래를 주로 운반했다. 특히 인근 섬진강에서 채취된 모래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전국으로 실려 나갔다. 일제강점기 수탈 현장으로서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문화현장인 셈이다. 이후 구 곡성역은 지난 1999년 곡성역이 신축 이전하면서 폐역이 됐고, 구 곡성역에서 압록역까지 13.2㎞가 같이 폐선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구 곡성역 건물은 목조로 골조를 짠 다음 그 위에 시멘트와 모래를 쌓아 만든 모르타르조(건축 기법 중 하나) 단층건물로, 앞면과 배면이 모두 좌우비대칭의 특징을 지닌다.

또 지붕은 박공(삼각형 모양의 지붕 널)이 양쪽으로 설치돼 옆 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집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해당 지붕은 지난 2010년 등록전 보수시 지붕재료와 벽체 일부가 일부 변형되기도 했다. 내부는 통구조로 널찍한 대합실이다. 천장은 목 가구가 그대로 노출돼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이은정 곡성군 문화체육과 문화재관리팀 학예사는 “구 곡성역은 일제강점기 전라도 순천 등지에서 수탈한 곡물과 섬진강의 모래를 주로 운반했던 전라선 철도가 오고간 간이역이었다”며 “맞배지붕과 대합실 등이 근대 모습 그대로 보존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고 설명했다.



◆기차마을 조성…관광 명소로

구 곡성역은 현재 폐선됐지만 ‘섬진강 기차마을’로 조성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지난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익산과 여수지역을 왕래하던 전라선 열차가 복선화 사업으로 철거위기에 놓이면서 폐쇄된 폐역사를 중심으로 조성된 테마마을이다.

현재도 섬진강 기차마을 근대 지역을 오갔던 옛 전라선 17.9㎞ 구간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남다른 성과도 나타내고 있다. 구 곡성역과 근대 전남 지역을 실제로 다녔던 철길 등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면에서 연간 15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다. 현재는 기차가 운행되지 않는 폐역이 전국 간이역 중 가장 인기 있는 명소로 탈바꿈된 것이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에도 구 곡성역이 자리하고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 일대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섬진강 기차마을 내 마련된 레일바이크와 증기기관차, 꼬마기차 등에는 관광객들이 탑승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레일바이크는 침곡역에서 가정역 구간인 5.1㎞를 달린다. 시속 15~20㎞의 속도로 자연을 만끽하며 섬진강 풍경을 맛볼 수 있다.

구 곡성역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지방 역사 건물의 모습을 있는그대로 보존해 드라마와 영화 배경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구 곡성역은 드라마 ‘토지’에서 진주역에서 평사리 청년들이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는 장면 속 한 장소로 등장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주인공 가족들의 피난길, 피난열차 등 장면을 찍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실제 섬진강 기차 마을 한켠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당시 사용됐던 증기기관차가 기찻길에 진열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관광객 조승기(47·순천 조례동)씨는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즐기기 위해 방문했다”며 “근대에 기차가 다녔던 철길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보존 가치 높여야

곡성군은 구 곡성역을 포함한 섬진강 기차마을 일대를 오는 2020년까지 지역특화발전특구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차마을특구와 곡성읍상권을 연결하는 유럽형 트램, 스트리트 갤러리 등을 구상해 지역 경제활성화를 도모해 나갈 방침이다.

최근에는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에 구 곡성역 간이역 쉼터를 만들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쉬어가는 간이역’은 구 곡성역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와 해당 역사가 지닌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자원인 구 곡성역의 문화관광 콘텐츠로서 확대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구 곡성역의 문화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 구 곡성역을 테마로 한 스토리텔링 등 신규 문화콘텐츠로의 확대방안도 함께 구상하고 있다.

곡성군 관계자는 “구 곡성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기차와 역사의 의미 등을 갖춘 관광트렌드를 순차적으로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며 “구 곡성역이 지역 문화자원을 넘어 세계에서 주목받는 관광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옥경기자 okkim@srb.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