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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수소경제 시대가 온다
입력 : 2019년 09월 16일(월) 15:52


이정희 한전 상임감사위원

“수소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는 약속어음이다. 그 약속이 실패한 모험이나 잃어버린 기회로 무효화되느냐, 아니면 인류와 모든 생물종을 위해 지혜롭게 활용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 ‘수소혁명’의 마지막 글이다. 그는 인류의 ‘탈탄소화’ 여정의 끝에 수소가 있다고 한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는 수소 성화가 등장할 예정이다. 독일 작센 주에서는 지난해부터 수소 열차가 운행되고, 미국에서는 수소로 비행하는 에어택시가 처음 공개됐다. 2000년대 초 수소차·수소경제 시대가 온다고 했지만, 기술력 부족, 경제성 문제 등으로 열기가 식었다가 최근 일본을 필두로 독일, 미국, 중국 등 세계적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진짜인가.

올해 1월 17일, 울산시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경제란 ‘탄소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에너지원을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수소로 바꿔 자원고갈, 환경문제, 에너지 자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관련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신 성장동력으로 끌어간다는 것이다.

왜 수소일까?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화석연료는 50년 후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소는 구하기 쉽고, 고갈되지 않고, 공해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다. 태양광, 풍력, 수력과 달리 저장과 수송이 가능해 지역적,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발전, 수송, 냉난방, 제조업 등 무궁무진하다. 1900년대는 오일, 2000년대는 가스였다면, 2100년경에는 수소가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수소경제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 때문에 세계 각국이 수소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크게 화석연료 ‘추출수소’,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공정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하는 ‘수전해 수소’로 구분할 수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수소는 결국 재생에너지와 연결하여 생산하게 되며 이에 탄소연료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전도 최근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Green수소 개발에 나섰다.

수소경제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안전성 우려, 수전해 방식은 신재생 비율이 낮은 우리나라는 시기상조라는 주장, 수소차와 연료전지는 막대한 투자비로 인해 타 에너지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 등이다.

물론 현재는 기술개발 초기 단계로 가야할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소경제란 궁극적으로 인류가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문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가장 완벽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글로벌 수소시장이 구축되면 산업, 기술, 사회 전반에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수소경제 사회는 좋든 싫든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더구나 일본이 수소경제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국가인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 EU와 협력체 구성을 추진하는 등 주도권 장악을 위해 뛰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우리가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하고, 인프라가 조성되면 민간 투자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고,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다면 세계 제일의 수소 선도국가로 발돋음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번 상상해보자. 태양과 바람으로부터 생산된 전기,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생산한 Green수소, 그 수소를 연료로 주입하여 달리는 수소차, 그 수소차 운행의 부산물로 다시 물이 생기고, 그 물을 다시 분해해서 Green수소를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 소비구조가 만들어지는 미래는 그야말로 청정함 그 자체다.

수소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 ‘세계 제일의 수소 선도국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소기술 강국’,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그 꿈을 이루어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