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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痛恨)의 역사’ 지역 근대유산을 세계 문화자원으로 11. 순천 안력산병원 격리병동
입력 : 2019년 09월 17일(화) 17:42


지역 유일 근대의료건축 문화유산 '남다른 가치'
중증환자 치료 위한 안력산병원 부속건물
개인주택 사용되는 등 역사 속 사라졌다 최근 재생
근·현대 역사자료·사진 등 보존…문화자원화해야
1920년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의 모습.
◆지역 의료문화 산실

지난 3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방문한 전남 순천. 순천은 근대 외래 선교사들에 의해 척박했던 우리의 의료시설과 환경이 선진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지역이다.

개화전 민간의료와 한방진료에 의존했던 순천은 지난 1911년께 의료선교를 위해 미국 선교사들이 군산과 전주, 목포, 광주 등을 거쳐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서양의학이 전해졌다.

이 기간 순천에 주재한 선교사들은 지난 1916년 현재 순천 매산고등학교 은성관 자리에 안력산 병원을 건립 개원했다.

안력산 병원은 미국인 의료선교사 ‘알렉산더’의 후원으로 세워진 순천 등 전남동부지역을 대표하는 최초 근대병원이다. ‘알렉산더’의 이름을 한자식으로 표현해 안력산(安力山)병원으로 불려왔다.

이곳은 과거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손꼽힐 만큼 전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으로 명성이 높았다. 특히 순천지역을 대표하는 의료문화 선견지로서의 구심적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1940년 11월 태평양전쟁 발발로 폐쇄된 이후 매산 학교 건물로 사용되다 1991년 화재로 소실되기 전까지 순천지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안력산 병원이 운영될 당시에는 수준높은 의료실력을 갖춘 의료진과 간호사가 수십명에 달할 정도로 유명했다. 이 때문에 당대에는 일본인들이 경영하는 도립순천병원을 찾지 않고 안력산병원에만 문전성시를 이뤄 순천 인근 뿐만 아니라 전남, 전북, 경상도, 제주도에서도 수술을 위해 찾아오는 중추적 의료기관 역할을 도맡았다.

이 중 순천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은 순천 최초의 현대식 종합병원인 해당 안력산병원이 중증환자 등을 격리 치료하기 위해 마련한 부속 건물이다. 현재까지 정확한 설립 연도는 알 수 없지만 지난 1916년에서 1920년께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은 1920년대부터 1940년대 초까지 운영됐지만 개인주택으로 개조돼 사용되면서 역사 속에서 흔적을 감췄다. 하지만 이곳은 안력산 병원 건물 중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근대건축물로 남다른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에서는 도르래와 추를 활용해 오르내리는 100년전 창문과 1920년대 근대건축 스타일의 창대석, 근대 내부에 설치된 굴뚝 등 문화자원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남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최은희 순천시 기독교역사박물관 문화해설사는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은 근대화 시기 순천지역을 넘어 전남 동부권 지역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인 안력산병원의 부속건물로 남다른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며 “특히 안력산병원 건물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근대건축물로 지역을 대표하는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벤치마킹 사례로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은 폐가 상태인 건물을 순천시 ‘청수골 새뜰 마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재생시킨 문화자원으로 손꼽힌다.

현재 ‘안력산 의료문화센터’로 이름이 변경돼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전시실 2개소와 주민 의료 봉사실 등이 마련돼 있다.

전시실에는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이 건립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근·현대의 역사가 다양한 사진 자료 등으로 남아 기록돼 있다. 또 과거 안력산병원 격리병동 등지에서 근무한 의료진의 의료용 기구 등이 가지런히 전시돼 생생함을 더한다.

특히 격리병동 한 켠에는 주민의료 봉사실이 마련돼 순천시 의사회와 함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진단과 치료 등을 진행하는 기회를 제공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2달에 한번씩 진행되는 의료봉사는 내과와 안과, 영상의학과, 신경정신과 등 분야에서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 건물 외부에는 인요한 박사가 창안한 우리나라 최초의 앰뷸런스 차량 2대가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앰뷸런스 1호차는 승합차를 개조해 환자 이송용으로 만든 최초의 한국형 구급차다. 또 2호차는 응급조치와 생명유지기능이 탑재된 최초의 고성능 구급차로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

순천시는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의 도시재생 사례를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토경관 디자인 행사인 ‘2018대한민국 국토대전’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이로인해 남다른 벤치마킹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실제 부산과 경남 등 지역에서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의 최근 문화재생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잇따라 방문하기도 했다.

해당 자원의 문화적 가치와 의미 등을 고려해 근대문화재 유산으로의 지정 활동도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이정욱 순천시의사회 사무국장은 “안력산 의료문화센터는 빈집을 재생하고 사라져가는 근대건물을 소중히 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며 “시민단체와 주민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해 운영하는 안력산 의료봉사활동 등 프로그램이 진행돼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력산병원 격리병동의 건축문화사적 의미가 남달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대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들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옥경기자 okkim@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