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안희정 전충남지사 사건으로 본 비동의간음죄

입력 2018.10.23. 13:22 수정 2018.10.23. 13:27 댓글 0개
김종귀 법조칼럼 변호사(법무법인21세기)

일부 국회의원들이 비동의간음행위를 범죄로 다룬다는 내용의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비동의간음죄가 대체 무엇일까. 폭행이나 협박 없이도, 업무상 상하관계에서 위계·위력이 없었다 해도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한 성행위를 범죄로 보고 형사처벌 하자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형사법은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해 피해자에게 반항을 못하게 하거나 업무상 위계나 위력을 사용해 반항이 곤란한 상태에서 성행위를 했을 때 성범죄로 규정했다. 비동의간음죄 신설은 현행 형사법체계를 적지 않게 건드려 성범죄규정을 확대한 셈이다.

모든 범죄와 마찬가지로 성범죄는 엄히 다스려야 한다. 성범죄의 피해자는 일상적 삶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고 잠재적 피해자인 일반인에게도 파급효가 크다. 공동체의 안정감 및 연대의식을 크게 해친다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성범죄행위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범죄자 및 범죄행위 규명에 힘을 쏟는다. 법원은 재판을 통해 성범죄자를 감옥에 보내거나 벌금납부를 강요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범죄전력이 향후 직업선택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공동체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

공동체에 바람직스럽지 않은 행위(일탈행위)가 발생하면 국가는 해악의 정도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분류하여 대처한다. 개입하지 않거나 돈으로 해결 하게 하거나 범죄로 취급하는 길이 있다. 간통행위를 과거에는 범죄로 대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면 어떤 행위가 범죄행위가 되느냐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시대 흐름을 반영하려는 것이 비동의간음죄 논의다. 비록 폭행 협박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업무상 위력 위계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성범죄를 강력한 의지로 처벌해달라는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현행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비동의간음죄가 신설되면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갈 수도 있다.

비동의간음죄 신설 움직임은 성범죄에 현행 형사법이 실효적인 대응을 못해 처벌의 흠결이 발생한 것에 대한 반성의 측면이 있다.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자는 적절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범죄자 아닌 사람을 범죄자로 처벌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것보다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성범죄뿐만 아니라 재산범죄 등 여타 범죄의 경우에도 처벌의 흠결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억울한 범죄자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비동의간음죄가 신설된다면 폭행 협박, 위계 위력 등을 입증하지 않고서도 형사처벌할 길이 열리므로 형사처벌의 흠결은 대폭 줄 것이다. 그렇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을 유혹하고 구애활동을 하는 인간 본연의 활동과 범죄전력자로 전락하는 행위의 구분점이 모호해 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거기에다 성행위가 본래 내밀하게 행해진다는 점에서 피해자로 자처하는 사람의 진술에 의존해 사실관계 증명이 이뤄 질 텐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방어활동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행히 방어를 잘 해 혐의에서 벗어난다 해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실추된 명예를 보상 받을 길도 막막하다. 어쩌면 억울한 사람을 양산하는 법이 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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