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의무 저버린 부모 상속권 박탈하는 '구하라 법'개정이 필요하다

입력 2020.07.07. 11:08 수정 2020.07.07. 19:28 댓글 0개
오광표 법조칼럼 법률사무소 미래/변호사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나 자녀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취지의 일명 '구하라법'은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었으나 더불어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지난달 초 다시 발의해 눈길을 끌고 있다. (故)구하라의 모친이 수십년 연락조차 없다가 갑자기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사회적 이슈화가 진행중이다.

필자를 찾아온 A씨는 20여년 전에 이혼하고, 홀로 두 자녀를 키워오던 중 첫째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보험금 등 상당 금액을 상속받게 되었다. 그런데 20년 동안 연락한번 없었고 장례식에도 찾아오지 않은 고인의 어머니가 상속분의 절반을 요구해오자 "어떻게 하느냐"며 난감해 했다. A씨 같은 사례가 늘면서 대중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수십년 발길을 끊었던 부모들이 보상금이나 보험금을 노리는 상속권 주장에 반대 목소리가 늘면서 입법청원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상속결격사유를 정하고 있는 민법 제1004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결격사유는 피상속인에 대한 살해나 상해치사, 사기 등의 방법으로 유언을 방해하는 행위 등 5가지가 있다. 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는 당연히 상속을 주장할 수 있는데 자녀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는 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상속을 주장할 수 있다.

상속은 본래 망인과 함께 생활한 자들에게 망인이 죽은 후에도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망인과 공동생활을 하면서 기여한 자에 국한돼야 하고, 공동 생활에 기여한 것이 없는 자는 상속에서 배제돼야 함이 마땅하다. 또한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는 상속의 실현이 중요한데 망인이 자신에 대한 의무를 불이행한 자에게 상속을 허용하는 것은 망인의 뜻과도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상속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망인의 재산에 대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이혼한 뒤 30년 넘게 자녀를 돌보지 않던 60대 생모가 소방관이던 딸이 숨지자 유족급여를 타 간 일이 있었다. 두 딸을 어렵게 키운 아버지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생모가 타 간 돈과 비슷한 액수의 밀린 양육비를 아버지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도 현실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속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위와 같이 과거 양육비 청구나 자식을 홀로 키운 것에 대한 기여분 청구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불합리한 점을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부모의 부양의무는 기본적으로 법적 의무이기 때문에 기여분을 주장하기 어렵다. 과거 양육비 청구의 경우 당사자 합의나 재판에 의해 양육비가 확정이 돼 있다면 소멸시효가 진행되어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시말해 자식을 키우는데 얼마간 기여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뜻이다.

통상 과거의 양육비 청구에서 문제되는 것은 양육비지급청구권이 소멸시효가 진행되는지 부분이다. 법원은 부모가 양육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해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액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니 양육비를 정하지 않은 채 홀로 키운 자는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해 얼마간의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길만 열려있다.

부양 의무를 게을리 한채 수십년 연락조차 하지 않던 부모가 불쑥 나타나 상속만 받으려는 행태를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는 어렵다. 사법부가 최근 국민 정서를 반영해 과거 양육비를 상속받는 액수에 비례해 판결하는 것 또한 한계를 인정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과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세태를 반영하지 못한 상속법을 조속히 손보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지난달초 더불어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국회가 나서 부모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의 상속권을 박탈해 억울한 자녀가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srb7@hanmail.net전화 062-510-115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사랑방미디어'

최근 법조칼럼
댓글0
0/300